감자에 미친 여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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걍 우리집에 있는 감자에 미친년 생각나서 써봄.

 

비극은 5월 초에 시작됨. 우리집은 식료품을 대형마트 인터넷몰에서 주문해서 먹는데

 

 엄마가 감자한박스를 시키는데 갯수를 잘못눌러서 5박스가 오게됨.

 

배송기사 아저씨가 감자박스를 계속 내놓으시는데 어어?? 하다가 5박스나 쌓여서 그 때 주문을 잘못한걸 알게됐지..

 

엄마는 이렇게 많이는 못먹고 썩게된다며 반품을 해야겠다 라고 하셨는데 막내여동생이 그걸 봄.

 

 "그냥 먹자. 내가 다 먹을게. 살빼야되는데 잘됐네! " 

 

마침 걔가 다이어트한다고 거실바닥에 매트깔고 요가하고 지랄할때라 엄마도 그냥 "그래라" 하심.

 

동생은 감자 한박스를 뜯어서 바로 씻고 찌기 시작했고 오랜만에 감자 삶는 냄새에 나도 맘이 동했지.

 

나도 감자를 매우 좋아하는편이라 2개정도 집어먹음.

 

이 때만해도 쾌활한 동생이었음.

 

그 날 저녁부터 동생은 감자만 먹기 시작함. 매끼마다 찐감자를 2개씩 먹었던 것 같음.

 

난 솔직히 한 3일정도 하다가 때려칠 줄 알았음. 

 

난 아침에 일을나가고 동생은 일을 잠시 쉬는중이라 날 깨워서 밥을 차려주는데

 

 내가 아침을 먹고있으면 동생은 찐감자 두 개를 접시에 담아서 거실로감.

 

감자먹는모습이 아주 가관임 .

 

전쟁통 피난민마냥 벽에 등을기대고 감자를 두손으로 잡아서 허망한 표정을 지으면서 먹음.

 

일 끝나고 집에와서 다 같이 저녁을 먹을때도 동생은 어김없이 찐감자 2개를 불쌍하게 먹고 또 감자를 찌기 시작함.

 

어느날 밤이었음. 밤에 갑자기 맥주가 땡겨서 마트에서 맥주 한다발이랑 닭을 2마리 사옴.

 

모두가 맛있게 먹고있는데 동생만은 먹지않음. 쳐다볼 뿐. 

 

난 놀랐음. 얘는 진짜 맥주랑 치킨만보면 정신이 없는 애임. 특히 나랑 똑같이 아사히를 좋아함.

 

예전에 도박묵시록 카이지 같이볼때 친치로 편에서 카이지가 아사히맥주 쳐먹는거보고 같이 매료되서

 

 새벽에 편의점 달려가서 아사히 5캔 쳐먹던 애임.

 

그거 보고 이년이 마음 독하게 먹었구나 생각을함. 한숨쉬더니 그냥 자러들어감.

 

또 다른날 밤에는 내가 밤에 컴퓨터 하다가 배가고파서 주방으로 갔는데 (라면이라도 끓일겸)

 

솥에 찐감자가 수북히 쌓여있는거임. ㅋㅋㅋ 귀찮아서 감자나 먹자 하고 두개 정도 접시에 덜어서 방으로 가는데 

 

 복도에서 동생한테 들킴. "내 감자들고 뭐해..?" 이러는데 진심 존나무서워서

 

"아 배고파서 좀 먹을게;;.." 이러니까 동생이 "갯수맞춰서 찐건데 오빠가 그걸 왜먹지...?" 이러면서 

 

 화장실로 터덜터덜 걸어가는데 존나 무섭더라. 감자귀신붙은게 확실해짐 ;

 

그러기를 1달째. 감자는 1박스밖에 안남음. 무심코 감자다이어트 시작전 동생모습과 지금을 비교해보니

 

 살이 엄청나게 빠짐. 피골이 상접함. 가족들이 그러보니 살이 엄청빠졌네! 라고 하면서 놀람.

 

물어보니까 9kg 이나 빠졌다고함. ㅋㅋㅋㅋ 맨날 55-56 왔다갔다 하는애였음. 키는 164임.

 

또 언젠가 주말 오후에 오랜만에 마당에서 삼겹살이나 구워먹는 여흥을 즐기고 있었는데

 

 가족들이 모두 고기맛을 볼 때 동생은 옆에서 찐감자를 먹음. 아니 되려 먹고싶을텐데 왜 올라왔는지 모르겠음.

 

내가 "그만 깝치고 고기 몇점 해라. 이거 먹는다고 살 안찐다" 라고 하자

 

 동생은 불판에 있는 고기들을 물끄러미 보고 과도를 들더니 찐감자를 자르기 시작함. ㅋㅋㅋㅋ

 

 그리고 불판에 구움. 뭐 이런 또라이가 다있나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기름에 먹음직스럽게 구워진 감자를 한 입 베어물더니 갑자기 눈이 커짐 ㅋㅋㅋㅋㅋ

 

 너무 맛있다고 연거푸 지랄을 하면서 먹는동시에 갑자를 계속 잘라서 구움.

 

내가 몰래 소금을 솔솔 뿌려두니까 이게 꼭 흡사 휴게소에서 파는 통감자가 됨. 

 

그것도 먹더니 "나 이런맛은 너무 오랜만이야.."라면서 눈물을 글썽임 ㅋㅋㅋㅋ 이러면서 감자만 한 3-4개 먹은것같음.

 

그 날 저녁은 먹지않음. 점심에 기름진걸 많이 먹었다면서.

 

그리고 현재 6월 20일 2개월이 다 되어가는데 동생이 오늘도 감자2개 쭈그려 먹는걸보면서 집을 나섬.

 

입맛에 잘 맞는건지 정신이 나간건지 모르겠는데 확실한건 감자귀신이 붙은게 분명함.

 

다이어트 시작 전이랑 비교하자면 살은 겁나빠지고 피부도 더 좋아진듯. 원래 피부는 무결점이었는데

 

 우유주사 쳐맞은것마냥 허얘짐. 대신 감자만 쳐먹는 병에 걸려버린듯.

 

어제는 찐감자가 슬슬 질린다며 으깨서 먹는다고 지랄난리났음. 

 

지 유학때 쳐먹던 감자요리가 생각난다고 요리게에 내 아이디로 글까지 올림.

 

그래서 오늘 퇴근하고 마트들려서 치킨스탁인지 뭔지 사가야함. 

 

감자에 정신나간년임.

 

세줄요약.

 

1.감자주문.

2.감자파괴.

3.감자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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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be
이글인지, 혹은 이글이 아닌 비슷한 글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비슷한 내용이였는데.
왜 그렇게 불쌍하게 감자를 먹었냐고 물어보니..
피난민으로 감정이입해서 먹으면 감자가 엄청 맛있어 진다고... 했던 ... 글을 본적이 있습니다.
응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대단하다 여동생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강원도가즈아
해적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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