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갤러의 어촌에서 만난 한 여고생 SSUL

뜻하지 않게 파견되어 어촌 마을에 잠깐 정착한 적이 있었어.

평범한 농촌이라면 종종 보일 법도 하지만 어촌쪽엔 20대 구경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확실히 드물다.

때문에 피부 흰 총각 왔다며 온 마을 구경거리였지.

이장님 따라 이집 저집 인사드리러 다녔었는데

인사 드리러 갈 때면 귀인이라도 맞듯이 온가족이 나와 환대해 주셨다.

어찌나 수다스럽던지 정오부터 돌기 시작해 해가 바다에 절반이나 잠길 때쯤에서야 끝이 보이더라.

마을에서 덜렁하니 떨어진, 큰 파도라도 치면 어쩌려나 싶은 집 한 곳만 남겨두고.

그 시골 대문 있잖아 사자 머리 달린 대문, 녹이 슬어 청록색이 된 그 대문.

이전까진 여느 시골마을처럼 전부 문이 열려 있었는데 이 집만은 문이 굳게 닫혀 있었어.

그 무거운 문 앞에 서다 보니 괜히 긴장되서 전보다 한껏 정중하고 또박또박 

"저, 실례합니다. 인사드리러 왔습니다." 

대꾸도 없이 개만 짖더군. 

그러자 이장님이 "여보소, 여말이요. 서울서 총각 왔당께." 담장 넘어라 외쳤다.

그제서야 인기척이 들렸고 잠시 후 웬 할머니 한 분께서 거의 감긴 눈으로 군데군데 녹아버린 철문을 여시더라.

문이 사이로 바다에 잠긴 해가 홍시처럼 시뻘겋게 타고 있었다.

이장님은 목청 높여 나를 소개했고, 할머님께서는 끝내 알아듣지 못하시며 연신 못해 잉?잉?만 반복하시다 악수를 청하셨고,

난 그 갈라진 손을 덥썩 잡아 허리를 숙였다. 

"잘 부탁드립니다."

인사를 드리고 돌아서려는 그때 미닫이 문이 열렸다.

그을린 피부, 교복.

아무 말없이 다시 고개만 숙였다.

해가 삼켜버린 그 아이 까만 피부는 발그스름하게 빛이 났고, 까만 단발머리와 눈동자는 더욱 까맣게 느껴졌다. 

여름엔 일이 적어 일찌감치 퇴근하는 일이 잦았다. 

애들이 하교하는 것을 지켜보다 조용히 묻어가곤 했다. 아마 20분 정도 흐른 뒤였을 거다.

한산해진 국도를 따라 스쿠터를 몰고 가다 중간에 까맣고 마른 애 하나를 태워 멀리까지 돌아가는 게 내 퇴근 코스였다.

땀이 돋은 셔츠 위 기댄 뜨거움.

허리춤까지 꼬옥 뜨거움이 더해졌다.

난 땀이 많이 났다고, 괜찮다고, 자긴 이 냄새가 좋다고.

그날도 어김없이 그 애를 태워 바닷가로 향하는 길이었다.

그 아이 펄럭이는 치맛자락 위로 드러난 하얀 허벅지를 훔쳐보다 웃어버렸다.

그 아이도 수줍게 웃었고, 허리춤을 쥐던 손이 내 옆구릴 살짝 꼬집었다.

어느덧 청록색 철문 앞에 도착했다.

땀이 돋은 내 셔츠 위 찰싹 기대서 내릴 기색이 없었다.

난 깔깔 웃으며 초코송이라며 놀렸지만 그 애는 내 등에 얼굴을 묻었다.

그대로 10분쯤 흘렀을까.

아이는 자그맣게 속삭였다.

"혀...상..서..."

그 숨은 점점 더 뜨겁게 느껴졌다.

"현...상...선...."

고개를 돌려 그 아이를 봤을 때...

발갛게 익은 까만 피부, 토라진 그 입술은 아마 현대상선이라고 말했던 것 같다.



<출처 : 주갤문학> 스크랩원문: 도탁스 


Author

Lv.99 유북지기  최고관리자
1,267,164 (100%)

등록된 서명이 없습니다.

Comments Close
돌어
현대상선이 왜
ㅇㅇ
사라고
ㅂㅅㄱㄴ
쓸고퀄
아제스
현대상선 주식을 사라고 했다는 썰 ㅋㅋ 왜! 하이닉스는! ㅋㅋㅋ
번호 제목 날짜
308973 전통요리 때문에 난리난 스위스 01-15
308972 이런 사다코 어떠십니까? 댓글1 01-15
308971 이 브랜드가 외국인들 눈에는 이렇게 보인다고? 01-15
308970 서울대 의대생이 과외로 버는 돈 01-15
308969 어마어마하게 거대해진 미국의 약탈 규모 01-15
308968 여자들이 마라탕에 환장하는게 어느정도냐면 01-15
308967 여직원이 키보드를 만지고 싶어해요 댓글1 01-15
308966 한국 드라마 소재가 허구가 아님을 증명 01-15
308965 삼성서울병원에서 내놓은 한국인 건강한 체중 01-15
308964 1980년대 초 물가수준 01-15
308963 전생에 공을 세운 남편 01-15
308962 고3이 된 학생의 가족 01-15
308961 낚시에 미쳐살던 불알친구 썰 01-15
308960 한국에서 보낸 지원물품 받고 욕하는 우크라이나 군인 댓글1 01-15
308959 일본 방송에 나온 전주 1박 2일 01-15
308958 도대체 왜 비싸 졌는지 모를 음식 댓글1 01-15
308957 지방은 차 필수인 이유 01-15
308956 130만원만 벌어도 행복한 처자 01-12
308955 친자 확인쇼 레전드 01-12
308954 군필이 인정하는 고급식단 01-12
308953 여자들이 왠지 모르게 기가 죽어 나오는 장소 Top 3 01-12
308952 대전 그 자체라는 성심당 근황 01-12
308951 남친이 야스 중에 이불정리함 01-12
308950 뉴진스 하니 흑어공주 사진 여시반응 댓글1 01-12
308949 혼인신고 후회 됩니다 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