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집여자의 뒤늦은 깨우침



안녕하세요 올해 26이된 여자사람이예요.
결혼과 관련된 글이라 그리고 인생 선배님들이 많은 곳이라
이곳에 쓰는데, 방탈이면 미리 죄송합니다..

그냥 제 얘기 좀 들어주세요 들어만 주셔도 욕을 먹던 손가락질을 당하던 힘이 날꺼 같아요.
글을 잘 쓰는 편이 아니라 읽기 힘드실꺼고 많이 길겠지만
그래도 끝까지 읽어주시는 분이 계시다면 그걸로도 감사합니다

제목처럼 전 몸 팔던 여잡니다
4살때 고아원에 맞겨진 이후로 늘 누가 무슨 말을 해도 삐딱삐딱 그렇게 굴다가
결국 중학교때 소위 말하는 노는 집단에 끼어 술먹고 담배피고 껄렁하게 다니는걸
자랑으로 여기다 가출을 했습니다. 고아원을 나온거지요.
다시 들어 갈 수는 없었습니다. 고아원은 내 집이 아니거든요...
중학생을 평범한 일자리에 써 줄 곳도 단 한군데도 없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노래방 도우미 일을 하게됬고,
갈곳 없는 절 먹여주고 재워주던 실장이란 사람과 제대로 된 친구하나 없던 제게
아는건 가명뿐인데도 몇년 알던 친구처럼 대해주던 언니들 사이에서 힘든 줄 모르고 일했어요.
그렇게 일하면서 번 돈으로 같이 가출해서 일하던 친구들과 월세 나눠내며
밥도 제대로 안먹고 다녔지만, 그게 자유인줄 알고 망나니처럼 지냈지요..
내 인생은 점점 구렁텅이로 빠져가는 거였는데..

하지만 보호자가 있는 걔네들과 없는 나는 같은 짓을 해도,

같은 실수를 해도 하늘과 땅 차이더라구요.
그렇게 방황해도 돌아갈 곳이 있던 그 아이들은 짧겐 한달, 길면 육개월안엔
자의로든 부모님께 잡혀서든 모두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갔어요.
그리고 학교에는 저 혼자 일한 마냥 소문이 나 있어, 전 학교로도 갈 수 없었죠.
사람이란게 친구란게 이런건가 좀 어린나이에 알아서 가슴 아팠었지만
지금은 그때 그아이들이라도 일찍 빠져나갈 수 있었던 걸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가난하던 내가 돈 쓰는 법 모르는건 당연했고, 명품따윈 생각도 안해봤고..
그냥 차곡차곡 통장에 돈 모여가는거 보는 맛에 일하면서 다녔어요 쉬는 날엔 그냥 피씨방에 있고요.

그러다 18살, 노래방 도우미를 계속 하던 제개 손님으로 왔던 4살 연상의 한 사람과
처음엔 장난반으로 사귀게됬고, 동거를 하게 됬어요.
한번도 남자친구라는거 몰랐고 사랑받아본 적 없던 전 그 사람에게 미친듯이 빠져들었고,
집착 아닌 집착...그걸 사랑이라 믿는...그땐 너무 어렸지요.
세상엔 노래방도우미로 만난 여자를 진심을 다해 사랑해 줄 사람이 없다는걸 몰랐어요.
그냥 머리쓰다듬어 주는거 팔베게하고 자는거 같이 밥 먹을 사람이 있다는거..
그게 그렇게 좋았지요..일이라곤 게임해서 아이템이며 캐릭터 파는게 전부였던 남자.
제가 벌어오는 돈으로 밥이며 옷이며 담배며 겜방비며 다 대던 그런 남자였지만
그 사람을 놓치면 난 아무도 없으니까 정신나간애처럼..
그러다 어느 날 그사람이 그러더라구요. 노래방 도우미 수입으론 우리가 같이 살 수 없다..
나 집에 들어가야 겠다. 전 정말 미칠꺼 같았고 그걸 이미 알고 있었을 그 남잔
새로운 일자리를 소개시켜 주더라구요. 처음엔 애1인1대1행이였습니다. 모 싸이트에서...
그 남자가 낚아 준 남자를 제가 만나러 가는 식이였어요 처음 몸을 돈에 팔던날
아무리 노래방도우미에 룸에 웃음 팔던 저였지만 속이 다 뒤집히고 심지어 손님앞에서 펑펑 울었네요
내 자신이 너무 더러워서 그날은 밥도 못먹었던거 같아요. 그래도 그 사람 떠날까봐
그렇게 모든걸 다주고 내마음을 다해 사랑했었어요. 처음 한번이 어렵지 아예 업소에 나가기 시작했고,

20살때 그 남자아이를 임신하게 되었어요.
그땐 하늘도 무심하시다 생각했어요 업소 일을 하면서 이중 삼중 피임을 했거든요.
먹는 피임약도 먹고 남성용 피임기구도 함께 이용하고
그런데 몸이 너무 안좋아서 일을 안나간 한달정도 피임약 끊은 그 한달. 우리 아이가 생긴거예요.
"몸 파는 앤데 그게 내 앤줄 어떻게 아느냐"
당연히 나올 줄 알고 각오했던 말이였지만 참 아프더군요..ㅎㅎ
지우라고 온갖 협박에 폭력에 힘들었지만 난 이아이를 지켜야 했어요.
난 엄마잖아요..엄마는 자식을 버리면 안되잖아요..

아픈 속 부여잡고 문드러지는 가슴으로 그렇게 그 남자를 보냈어요

이기적인거 알아요...자식 낳을 입장도 자격도 없는거 알아요...
난 보통여자가 아니란거 잘 알아요..그래도 지울순 없었어요
차마 내 돈주고 내 아이를 지우는 짓은 할수가 없어서 산부인과에서 몇번을 돌아섰어요.

잘못인줄 알지만 할줄 아는게 그런 더러운 짓이라, 3개월동안은 계속 일을 했습니다.
정말 악착같이 몸이 아파 부서질꺼같을때도, 입덧때문에 8키로가 넘게 살이 빠져도
그냥 돈 밖에 모르는 애처럼 단 하루도 쉰 적이 없네요..지켜야 할 게 생겼으니까.
어차피 세상에 아무도 없고 이미 더러워진 난 이렇게 살아도
내새끼는 나처럼 사람이 견뎌야할 모든 욕을 견디며 살게 하고 싶진 않았어요.
임신초기에는 관계 조심해야된다는 말 많았지만, 그때의 전 정말 할 줄 아는게 없었어요.
물론 전부 자기합리과고 내 죄책감 덜자고 하는 말이니 욕하셔도 달게 먹겠습니다..
처음 겪어보는 일, 인터넷 하나하나 찾아가며 육아카페도 가입해가며 
받아야 한다는 산전검사도 꼬박꼬박 받았구요, 병원도 꼬박꼬박 다녔어요.

첫아이라 그런지 배가 5개월이 되도 부르지 않아 다행이다 생각했어요 철없이.
일 더 오래 할 수 있으니까요. 아이 낳기 전에 내 집이라 부를 수 있는 곳은 마련하고 싶어서요
뭔가 시작할 밑천 정도는 만들어 놓고 싶어서요 그 전에 차곡차곡 모았던 돈들과
돈에 미쳐 벌었던 돈들 작은 돈은 아니였지만 서울에 내집마련은 어림도 없었구요
그냥 작은 전셋집 하나 얻었습니다. 직업이 없으니 대출을 낄 수도 없었고 그냥 현금 박치기 였지요..뭐

배가 점점 티나게 부르면서 아예 일 을 할수가 없었고
사람과의 대화는 일절 없이 말 상대라고는 뱃속의 딸아이가 다였지요.
그렇게 지내다 보니 내 딸에게 너무 미안하더라구요.
어쩔 수 없었단다..백번을 말해봐도 어쩔 수 없는게 아니였지요.
혹시나 행여나 내 딸이 커서 이 일을 알게 된다면 그 때도 날 엄마라 불러줄까.
지금 내가 이아이를 지우지 않으려 부린 고집이 오히려 그아이를 죽고 싶게 하지 않을까.
그렇게 넋 놓고 몇날몇일을 울다보니 평생 비밀로 부칠땐 부치더라도, 떳떳한 척은 하는 엄마가
되고 싶어서 검정고시를 준비했습니다. 중학교도 졸업못한 제가 몇년만에 펜을 잡고
인터넷강의를 들으면서요. 그때까진 먹지도 돌아다니지도 않던 제가
억지로라도 혼자지만 더 거하게 차려 먹었고, 산책도 한시간씩 하면서요.
그렇게 고등학교졸업 학력 증명서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17시간의 진통 오롯이 혼자 견뎌내며 수많은 손가락질 받으며 그렇게 낳은 우리 딸..
덕분에 나도 잠시나마 평범한 여자가 될 수 있는건가? 하는 부질없는 미.친 착각도 해봤구요..
잠시나마 사랑했던 사람에게 버려졌었던 것도 잊을 수 있었고요..

그렇게 오순도순 내 딸과 단둘이 살아왔습니다.
이제 다신 내 딸에게 부끄러운짓 안하리라 다짐하며 낮엔 식당서빙 밤엔 호프집서빙을하며
악착같이 살았어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보고 싶어서 쉬는날엔 애견미용을 배워서 자격증도 따구요
진작 이렇게 열심히 살아볼껄...그랬으면 돈은 없어도 떳떳할 수 있었을텐데..
하지만 다시 일을 나가볼까 생각을 안했던건 아니예요.
눈 딱감고 내 딸 모르게 여섯시간만 일하면 20시간씩 일하느라 놀아 줄 시간도 없었던 울아가
더 엄마 손 닿게 해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말도 안되는 자기 합리화와의 싸움이 젤 힘들었네요..

그리고, 애견샵에 취직해 일을 막 배우기 시작할때 였어요.
(태어나서 몇개월뒤에 시설에 맞기면서 엄마를 어색해 하는 딸을 보니 돈이 다가 아니더라구요.
언제까지 알바할 순 없는 노릇, 때려치고 애견샵에서 8시간씩 일 했습니다.)
서툴러서 많이 남의 아이들 상처를 냈는데, 그때마다 허허 웃으시며 지나가 주신 손님이 계세요.
스피츠 두마리의 아빠ㅎㅎ..제가 딸을 혼자 키우고 있단 것도 아시는 분이시고요.
손님과 애견미용사 관계에서 연인사이로 발전한게 3년이 되었어요.
나이차이도 꾀 있구요 서른여섯..제 딸내미가 두살때부터 아빤 줄 알고 따랐답니다..
그냥 작은 회사에 다니시는 분이세요 월급쟁이ㅎㅎ 착하고 순하고 성실하시구요.
그분과 못가본 여행도 가보고, 셋이 함께 맛있는 것도 먹으러 다니면서
정말 가족이라도 이룬듯...삼년동안 이루지 못할 꿈을 꿧네요..정말 달디단!

그런데 그분이 몇개월 전부터 계속 결혼 얘기를 꺼내세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요즘엔 이 문제에 잠을 못잡니다..
맘한번 독하게 먹고 내 과거 다 숨기고 울 딸에게 아빠란 사람 만들어줄까..
나도 못해본 사랑 맘껏 하며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지 않을까..

개소리죠. 알아요. 
저 행복하자고 그 착하고 순하신 분 속이고 결혼 할 순 없는거죠...
그냥 3년 행복했으니, 그걸로 됬다. 맘 정리하고 내 딸 하나 보고 사는게 맞는거겠죠.
근데 자꾸 욕심이 생겨요...어떡하죠

이 글 보시는 모든 언니들..그냥 아는 동생이라 생각하시고
맘 독해지게 따끔하게 혼좀 내주세요.
감히 같은 여자라는 말은 쓰지 않을께요.
같은 여자 평범한 여자 될 수 없단거, 슬프지만 누구보다 제가 더 잘알아요^^
저보다 더 힘든데도 더 열심히 사시는 분들 많단 것도 나이 먹으면서 알아가고 있어요.
욕하셔도, 비난핫도, 무시하셔도 괜찮으니..
26년동안 담아뒀던 말들...어디라도 못하면 가슴이 답답해 터질 것만 같아요.
저는 부모님도 친척도 아는언니도 친구도 단 한명도 없어요. 제 핏덩이 같은 딸 하나뿐이예요
저에겐 세상 어떤 욕을 하셔도 다 들을테지만...부디 우리 딸 욕은 없었으면 합니다..부탁드려요

제가 감히 님들은 이런데서 일하지 마세요 열심히 사세요 따위의 훈계를 할 수도 없는 입장이니...
그만 여기서 마칠께요. 늘 행복하시길 진심으로 바래요...

 

 


 

아 이건 딴글인데...쓰는김에...길이 너무 길어지겠지만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엄마..내가 어릴때 아빠랑 헤어져서 날 혼자 감당하기 힘들었던거죠?

이제 엄마 마음 알꺼같아..내 배 아파서 낳은 심장같은 자식 남의 손에 맡기던
엄마도 얼마나 억장이 무너졌을까 얼마나 힘들었으면....얼마나 울면서 날 보냈을까.


어릴땐, 고생하면서는 엄마 원망 정말 많이했어요..
근데 우리 딸 낳을때 제일 보고싶은게 얼굴도 기억안나는 엄마였어요..
애 아빠두 아니고..엄마였어...엄마도 날 이렇게 아파하면서 낳았어요?
그냥 한번만이라도 보고싶어요 엄마..내가 이렇게 못난 딸로 커버려서 미안해요.

예쁜 딸이 못되서 만나기도 부끄럽지만 그래도 한번만 보고싶어요

낳아주셔서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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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99 유북지기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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