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아저씨...

이건 작년에 내가 제대한 직후의 이야기다.
 
복학을 두달앞둔 나는 알바나 학원다니기가 귀찮아 집에서
백수마냥 놀고 있었다.
 
밤새 컴퓨터를 하다가 오후가 되면 밍기적 일어나서 티비를 보고
그러다 해가지면 놀러나가고 그런 한심한 일상의 반복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이었다.
 
전날 늦은 시간까지 술을마시고 뻗어있다가. 오후에 일어난 나는
숙취가 남았는지 머리가 울려서 잠은 깼지만 내방 침대에 그냥
멍하니 누워있었다. 그런데 발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내가 사는집은 빌라나 아파트가 아니라 상가주택? 같은 건물이어서
1~4층은 사무실이었고 5층인 우리집만 가정집이었는데 건물구조가 천장이 높고 복도랑 바닥 재질이 대리석이라서 문 바로 앞쪽에 있는 내방에 있으면 3층에서부터 사람이 올라오는 발소리가 들린다.
 
어린이날이라 사무실사람들이 올리는 없고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시기 때문에 이시간에 집에 올리가 없었다.
 
'뚜벅 뚜벅'
 
3층,4층을 지나 5층까지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침대에 누워'누구지? 이시간에 올라사람이 없는데'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초인종이 울렸다.
 
'띵동'
 
"누구세요"
"택배 왔습니다. xx택배요."
 
아무생각없이 문을 열려던 나는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은 택배를 집에서 받질 않으시는데... 나도 뭐 주문한적이 없고' 며칠전에 인터넷에서 모자를 주문하긴 했지만
그건 어제 이미 와 있었다.
 
요즘엔 다들 그렇겠지만 우리집 인터폰은 카메라가 달려있었다.
그런데 새로 단지 얼마 안된거라 화질이 좋은 편이었다.
정말로 택배회사 유니폼을 입은 사람이 자그마한 택배박스를 들고 서 있었다. 
 
"이상하네 택배 올일이 없는데요 잘못찾아오신거 아니에요?"
그는 카메라쪽으로 오더니 택배상자를 들어보였다.
 
"xxx씨 댁 맞으시죠? 여기 택배 왔습니다. 보이시죠? 나와서 수령하시고 싸인해주세요."
 
정말 내이름이 써있는 택배상자였다. 음... 내가 주문하고 잊어버린게 있나? 싶어서 그가 들어보인 택배상자를 살펴보는데
..응? 뭔가 이상했다.
 
저 상자... 내가 어제 택배받고 버린 택배상자랑 사이즈가 똑같다
 
뭔가 이상하다 싶었다. 워낙에 군대있을때나
인터넷에서 흉흉한 세상얘기를 많이 들었던 터라 쉽사리 의심을
풀지 못했다.
 
"아저씨 제가 샤워하던중이라 옷좀 입을테니까 잠깐만 기다리세요."
 
라고 말한후 안방으로가서 창문을 조심스럽게 열어 건물밖을 살펴봤는데 근처에 택배트럭같은건 없었다.
의심이 확신이 되었다. 이거 강도구나...
 
내가 이후에 어떻게 대처했을지
당신이라면 어떻게 했을지 생각해보라.
 
욕하고 쫒아냈을까? 당신 강도인거 다 아니까 꺼지라고? 
자신이 진짜로 그런 상황에 처하면 절대 그렇게 못한다...
게다가 우리집까지 아는 놈한테 잘못했다간 언제라도 공격받을 수 있는일이 아닌가...
 
그냥 조용하게 돌려보내는게 상책이라고 판단한 나는 거짓말을 했다.
"xxx라는 사람 며칠전에 이사갔는데요? 잘못찾아오셨네요."
"그럴리가 없는데...그사람 연락처나 주소 아시나요? 아무튼 문좀 열어보세요 "
 
어떻게 대처해야할까 난감했던 나는 잠시 머뭇거렸다. 그러자 그남자가 짜증난다는듯 재촉하기 시작했다.
 
"아 저기요 저 바쁘니까 일단 빨리 문부터 열어보세요 본인 아니시면 아니시라고 여기에 서명좀 해주시겠어요?" 
 
"아무튼 저는 그런사람 모르니까 돌아가세요 제가 지금 좀 바쁘거든요?"
 
그 남자는 한숨을 쉬더니
휴... 그럼 날도 더운데 여기 5층까지 걸어올라왔는데 물 한잔만 주시면 안될까요?"
 
이 남자가 전혀 포기하고 돌아갈 기색을 안보이자 나는 좀 당황해서 말하는데 목소리가 떨리고 말았다.
 
"아저씨.. 그냥 가세요....."
 
그러자 이 남자가 다시 현관 카메라쪽으로 오더니 기분나쁘게 웃는듯한 표정을 보이며 이런말을 했다. 정확히는 기억안나지만 대충 이런 내용 이었다.
 
"근데 있잖아요... 이 택배 뭐가 들었는지 궁금하지 않아요? ...보고싶죠? 제가 보여드릴께요 ^^ " 
 
그러더니 허리뒷춤에서 군용나이프같이 생긴 칼을 꺼내들어 택배상자 포장을 뜯어 내고는 카메라 바로 앞까지 그 상자를 들이밀었다.
 
...맙소사 그냥 강도가 아니었다. 이 남자 완전히 제정신이 아닌 싸이코 패스였던 것이다 소름이 쫙 끼쳤다. 
 
상자안에는 칼로 난자된 고양이 시체가 들어있었다.  

넋을 잃을만큼 다리가 후덜 거려 아무말도 할수 없었다.
머리는 반쯤 잘려서 너덜너덜해지고 눈알은 머리 밖으로 튀어나와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 끔찍해서 23살에 군대까지 갔다온 내가
 
마치 어린아기한테 장난감 비행기를 보여주듯이
실실 웃으며 그 상자를 눈앞에서 휘휘 흔들던 그 남자, 아니 싸이코패스는 내가 아무말도 하지 않자 이내 상자를 내려놓고 인터폰카메라에 얼굴이 가까이 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1년이 지난 일이지만 아직도 나는 그 얼굴표정과 그 미친x이 했던말만 생각하면 소름이 돋고 잠이 안온다.
 
"너 이새x 똑똑한데... 오늘 운 좋았다 너. 낄낄낄 그런데 나 니네집주소랑 전화번호랑 니 이름 다 아는거 알지? 니 목소리도 
 알어... 조심해라... 오늘은 그냥 봐줄께 다음에 보자^^  "  
 
이대로 그냥 보내면 언젠가 다시 찾아올 것이다..살해 당한다... 순간적으로 이런생각이 들었다. 순간적으로 바지 주머니에 있던 핸드폰에 미친듯이 손을뻗어 끄집어 냈다. 수화기를 가슴에 대고 인터폰에 비친 그 얼굴을
찍었다. 알다시피 요즘 핸드폰은 사진찍을 때 소리가 나는데
나는 그 소리를 들었을까봐 조마조마해서 심장이 쿵쾅거렸다.
내 심장소리가 그렇게 선명하게 들리긴 처음이었다. 아무튼 나는
그렇게 그 남자의 얼굴을 찍는데 가까스로 성공했고 
그 남자는 계단을 올라올때와 마찬가지로 유유하게 뚜벅뚜벅 걸어서 내려가 버렸다.
 
가슴을 쓸어내리고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 앉아 숨을 고르고 있는데
발소리가 4층에서 갑자기 뚝 끊겼다.
아까 말했듯이 우리집 건물은 발소리가 3층에서부터 들린다.
그런데 4층에서 발소리가 멈췄다는건 그 남자가 아직 3층에서 내려가지 않고
있을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차마 문을 열어볼 용기는 나지 않았던 나는 창문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10분을 쳐다봤지만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순간 가족들 생각이 들어 부모님께 전화해 수상한 사람이 복도에 서성이고 있으니 내가 괜찮다고 할때까지 절대로 오지 마시라고
말씀 드린뒤 바로 경찰에 신고를 했다.
 
15분쯤 지났을까...경찰이 도착했고 나는 그들에세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핸드폰으로 찍은 그남자 사진을 보여주었다. 
 
경찰들은 건물 화장실이랑 사무실등을 확인하고는 아무도 없다고
오늘은 일단 돌아가고 내일부터 우리집쪽에 순찰을 강화하겠다고 만 했다. 그런데 그 미친x가 언제 또 들이닥칠지 모르는데 순찰만 믿고 살겠는가. 경찰에게 좀 더 안심할 수 있게 신변보호 해줄수는 없냐고 물었더니 인력이 모자라 사건 보고후 수사계로 넘어가 잠복근무를 하기 전에는 힘들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경찰들에게
그럼 외갓집에라도 가 있겠으니 짐을 쌀동안만 같이 있어주면 안되겠느냐고 부탁한 후 부모님 것과 내 짐을 싸서 경찰차를 타고 근처에 있는 외갓집엘 갔다. 그 후에 부모님께 외갓집으로 오시라고 한뒤 그날 있었던 일을 설명해 드리고 당분간 여기서 지내야 할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다음날 아침 핸드폰으로 전화가 왔다. 모르는 번호라 그놈이 아닐까 두려웠지만 일단 받았다.
 
다행히도 그남자가 아니었고 전화건 사람은 자신이 강력계 형사 라고 했다.
강력계수사로 넘어와서 참고인으로 경찰서에 출두해달라고 했다.
 
경찰서에 가서 담당형사님에게 그날 있었던 일을 그대로 설명드렸다.
그리고 나는 얼마전까지 군대에 있어서 잘 몰랐는데 작년에도 우리동네에서 강도살인사건이 있었는데 그때 쓰였던 흉기도 군용칼이었다고 한다. 관련사건으로 예상되서 강력계 수사로 넘어왔다고 했다.
어쨋든 얼굴사진이 확보되었으니 조만간 잡힐거라며 너무 걱정 말라고 했다.
 
다행히도 형사님의 말대로 보름쯤 후에 범인이 잡혔다고 연락이 왔고
우리 가족은 다시 집에 들어가서 살 수 있게 되었다.
 
살면서 이런 무서운 일은 겪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남얘기로만 들었을땐 그냥 스릴있고 재미있는 수다거리일 뿐이지만 자신한테 이런 일이 정말로 닥치면 끔찍한 트라우마가 된다... 
 
그 일이 있은 후 나는 절대로 택배상자나 우편물을 그냥 버리지 않고 완전히 알아볼 수 없게 찢어서 버리고 있다.





자작픽션임 쓴지는 좀 오래된건데 파일 정리하다가 나와서 올려봤음요ㅋ

Author

Lv.99 유북지기  최고관리자
1,267,164 (100%)

등록된 서명이 없습니다.

Comments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