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개구리가 삼킨 물땡땡이의 기상천외 탈출법

[애니멀피플]
소화관 속 ‘헤엄쳐’ 항문으로 ‘뿅’…통째로 삼키기 때문, 먼지벌레 등은 ‘역습’
개구리는 이가 없어 먹이를 꿀꺽 삼키지만 뒤탈이 나곤 한다. 참개구리의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먹고 먹히는 동물의 세계에서는 종종 상상하기 힘든 일이 벌어진다. 기껏 삼킨 먹이가 뱃속에서 천연덕스럽게 탈출하는가 하면, 곤충 등 무척추동물이 개구리나 물고기 등 척추동물을 잡아먹는 ‘먹이의 역습’이 벌어지기도 한다.

스기우라 신지 일본 교토대 교수팀은 두꺼비가 삼킨 폭탄먼지벌레의 절반 가까이가 40분 만에 두꺼비가 토해 내면서 생환했다고 2018년 보고했다. 이 벌레는 두꺼비 뱃속에서 이름 그대로 초당 1000번의 연쇄 폭발을 일으켜 두꺼비를 견디기 힘들게 했다(두꺼비 뱃속에서 폭발 일으켜 탈출하는 방귀벌레).

두꺼비는 폭탄먼지벌레의 경계색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삼킨다. 그러나 곧 후회의 순간이 찾아온다. 신지 스기우라 제공.

스기우라 교수가 새로운 사례를 4일 과학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소개했다. 이번에는 포식자가 참개구리이고 먹이는 논에서 함께 발견되는 콩알물땡땡이이다.

다 자라야 길이가 5㎜ 미만인 물땡땡이를 보자마자 참개구리는 냉큼 삼켰다. 그런데 등딱지가 매끄러운 키틴질로 덮인 이 딱정벌레는 몇 시간 뒤 아무렇지도 않은 듯 개구리의 항문 밖으로 튀어나왔다.

콩알물땡땡이(a), 참개구리(b), 참개구리 항문을 통해 물땡땡이가 탈출하는 모습(c). 고베대 제공.

그는 “실험한 콩알물땡땡이의 93.3%가 삼킨 지 4시간 안에(평균 1.6시간)에 모두 멀쩡한 상태로 배설됐고 곧 회복해 활발하게 헤엄쳐 달아났다”고 밝혔다. 죽은 물땡땡이가 배설되기까지는 이틀 이상이 걸렸다. 개구리의 뱃속에선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그는 물땡땡이가 “능동적으로 탈출했다”고 보았다. 다슬기 등이 새의 장관을 거쳐 배설물 속에서 어쩌다 살아난 사례가 있지만 이번 사례는 딱정벌레가 자신의 힘으로 개구리의 장관을 헤엄쳐 살아났다는 것이다.

물땡땡이의 다리를 왁스로 고정한 뒤 개구리가 삼키게 한 실험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논문은 밝혔다. 다리를 움직이지 못하는 물땡땡이는 훨씬 시간이 오랜 38∼150시간 뒤 죽은 채 배설됐다. 삼켜진 뒤 생환한 물땡땡이가 개구리 장관을 통과한 최단 시간은 6분이었다.

개구리의 소화관은 강산의 위액이 나오고 무산소 상태여서 빠른 시간 안에 이를 헤쳐나오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 논문은 “물땡땡이가 탈출할 수 있는 비결은 몸에 작은 공기주머니를 지니고 있는 데다 매끄럽고 단단한 등딱지로 소화액을 이기고 물속생활에 적응한 유선형 몸매가 소화관과 소화액을 ‘헤엄쳐’ 나오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탈출의 마지막 관문인 항문의 괄약근은 어떻게 열 수 있었을까. 탈출한 물땡땡이가 모두 머리부터 항문을 빠져나온 사실로부터 스기우라 교수는 “딱정벌레가 개구리의 큰창자를 자극해 배설을 유도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물땡땡이가 먹힌 뒤 항문을 통해 탈출하는 행동은 참개구리 말고도 청개구리 등 다른 4종의 개구리에서도 관찰됐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무엇보다 대부분의 양서류 입에는 이빨이 없어 먹이를 산 채로 삼키기 때문으로 보인다.

개구리 종별 물땡땡이 탈출 성공률. 첫째가 참개구리, 다섯째가 청개구리로 다른 종들보다 높다. 고베대 제공.

실제로 이스라엘에 사는 먼지벌레 일종의 애벌레는 더듬이를 흔들어 두꺼비나 개구리를 유인한 뒤 날카로운 집게를 이용해 잡아먹는다. 그런데 일부 개구리는 먼지벌레 애벌레를 삼키는 데는 성공했지만 몇 시간 뒤 뱃속이 불편해 게워냈다가 이번에는 반대로 애벌레에게 잡아먹히기도 했다(딱정벌레 애벌레, 두꺼비 잡아먹어 ‘먹이의 반란’).

무척추동물이지만 척추동물을 잡아먹는 대표적인 곤충은 사마귀이다. 사마귀는 주로 곤충과 거미를 먹이로 삼지만, 먹이 목록에는 작은 새, 도마뱀, 개구리, 생쥐, 뱀, 거북, 물고기 등이 올라 있다(곤충계 최고 포식자 사마귀, 물고기도 잡아먹는다).

새끼 남생이를 사냥해 먹고 있는 물장군 수컷. 물장군은 척추동물을 주요 먹이로 삼는 곤충이다. 오바 신야 제공.

물장군도 사마귀 못지않은 포식성을 드러내곤 한다. 물장군은 종종 자신보다 큰 물고기, 개구리, 올챙이 등을 잡아먹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에는 뱀과 거북도 메뉴에 오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뱀과 거북까지 사냥하는 ‘포식자 곤충’, 물장군).

이 밖에도 제 몸 크기의 지네를 삼킨 살무사가 뱃속에서 지네에게 내장을 먹힌 채 두 동강이 나 발견되기도 했고(살모사, 죽음의 지네 식사…내장 파먹혀 두 동강), 서울대 관악산 캠퍼스에서 곤충을 즐겨 먹는 박새의 인공둥지를 장기 연구한 결과 뒤영벌과 호박벌이 종종 박새의 둥지를 빼앗아 자신의 둥지로 삼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먹이의 역습…호박벌이 박새 둥지 빼앗는다).

인용 저널: Current Biology, DOI: 10.1016/j.cub.2020.06.026

조홍섭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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