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 학대 사이…‘원숭이 코코넛 노역’의 진실

[애니멀피플] ‘노동자 원숭이’ 영상 공개
‘야생 포획’ 논란 속 새끼 때부터 목줄에 묶인 채 훈련
당신이 먹는 코코넛 밀크는 ‘코코넛 머신’이 만들었다
타이의 한 코코넛 농장에서 목줄에 메인 돼지꼬리원숭이가 코코넛을 따기 위해 야자나무를 오르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미국의 동물보호단체 ‘동물을 윤리적으로 대하려는 사람들’(PETA·이하 페타)이 타이의 코코넛 농장을 잠입 취재해 찍은 영상을 공개하면서, 세계적으로 때아닌 원숭이와 코코넛 밀크 논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페타는 타이의 코코넛 농장 8곳과 원숭이게 코코넛 따는 기술을 가르치는 원숭이 학교 4곳 그리고 1곳의 코코넛 수확 경연 대회를 취재했습니다. 미국과 영국의 대형 슈퍼마켓 체인이 줄줄이 ‘원숭이가 딴 코코넛’으로 만든 코코넛 밀크 제품의 판매 중단을 선언했고,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의 약혼녀 캐리 시먼즈도 트위터에 환영 의사를 표시하는 등 불길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다섯 개의 질문과 답변(Q&A)으로 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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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원숭이가 코코넛을 딴다는 게, 정말이야?


맞습니다. 19세기 동남아시아에 진출한 서구 제국주의자들의 기록에도 있는 걸 보면, 꽤 오랜 문화이기도 합니다.

코코넛 수확에 동원되는 원숭이는 보통 ‘돼지꼬리원숭이’(pig-tailed macaque)입니다. 말 그대로 꼬리가 돼지 꼬리처럼 꼬여 있는데, 다 큰 성체의 몸무게는 10~18㎏입니다. 마카크원숭이치고 성격이 비교적 온순하여 길들이기 쉽습니다.

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돼지꼬리원숭이는 항상 목줄에 걸린 채, 야자나무에 올라가 코코넛을 땁니다. 코코넛을 잘라 아래로 떨어뜨리지요. 목줄은 원숭이가 도망치지 못하게 하는 동시에 딴청을 피울 때 제압하는 용도로 쓰입니다.



원숭이의 노동 생산성은 ‘코코넛 머신’이라고 불릴 정도로 높습니다. 사람은 기껏해야 하루 80개를 따지만, 원숭이 수컷은 하루 최대 1600개, 암컷은 800개까지 딴다고 알려졌습니다.

시중에 나와있는 코코넛 밀크가 모두 ‘원숭이 노동자’의 땀으로 생산한 것인지에 대해서 정확한 통계는 없습니다. 대부분 원숭이 노동으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고, 일부의 사례일 뿐이라는 반론도 있습니다. 타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에 원숭이 노동자가 존재한다는 것만은 확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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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어떻게 배우지?


이른바 ‘원숭이 학교’에서 조련이 됩니다. 처음에는 길지 않은 장대에 코코넛을 묶어놓고 따오는 연습을 시키다가 차츰 고도를 높여가는 식으로 교육합니다. 3~5개월 정도 수업을 마치고 졸업한 원숭이가 농장에 투입됩니다.

다만, 노동은 강제 노동에 가깝고, 원숭이는 노예에 가깝다는 게 페타의 주장입니다. 원숭이는 일을 하지 않을 때에도 계속 목줄에 묶여 있습니다. 사육사들은 주로 무거운 폐타이어에 묶어 탈출을 방지합니다.

이동 중에는 좁은 케이지에 넣는데, 높은 스트레스 때문에 소리를 지르는 정형행동이 관찰됐다고 페타는 전했습니다. 화물트럭 짐칸에 실린 한 원숭이가 탈출하려고 케이지를 흔드는 모습을 동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원숭이 학교에서 야자 따는 훈련을 받는 새끼 원숭이. 크리에이티브 코먼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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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우리가 먹는 코코넛 밀크가 정말로?


페타는 타이의 코코넛 밀크 업체 중 ‘차오코’(Chaokoh)와 ‘어로이디’(Aroy-D)를 지목했습니다. 지난 3일 페타가 잠입 취재 영상을 공개한 뒤에, 두 업체의 제품 판매를 중단하겠다는 기업들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한국에도 지점이 있는 영국의 대형 드러그스토어 체인인 ‘부츠’를 비롯해 슈퍼마켓 체인인 ‘웨이트로즈’, ‘코옵’(Co-op), ‘오카도’, ‘모리슨’ 등이 참여했습니다. 존슨 총리의 약혼녀 캐리 시먼즈가 “왜 테스코는 참여하지 않느냐”며 트위터를 올리자, 테스크는 “페타가 확인하는 제품이라면 어떤 제품도 팔지 않는다”며 화들짝 놀라 해명하기도 했는데요. 미국에서도 자이언트 푸드 등 2000개 매장을 소유한 에이홀드 델하이제 등이 판매 중단을 선언하는 등 불매 운동이 퍼졌습니다.

한국의 경우, 차오코와 어로이디가 인터넷 등을 통해 판매되고 있습니다. 차오코는 250㎖가 1500원, 어로이-D는 400㎖rk 4000원 상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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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타이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해?


타이 정부는 깜짝 놀라 진화에 나섰습니다. 6일 타이 일간지 <방콕포스트>를 보면, 타이 정부는 원숭이들이 잔혹한 방식으로 훈련받지 않았고 강제 노동에 시달리는 것은 아니라며, 각국의 타이 대사관 상무관들에게 관련 업체를 대상으로 설명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원숭이 학교 운영자들은 이들은 야생에서 잡혀 온 원숭이가 아니라 사육 원숭이의 새끼라고 반박했습니다. 세계의 여론과 타이 정부의 분위기에 약간의 온도 차가 있는 형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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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밭 가는 소는 괜찮은데, 왜 원숭이만 문제냐고?


사실, 쉽게 답변할 문제는 아닙니다. 농장의 규모, 주인의 성격에 따라 ‘케바케’(케이스 바이 케이스)일 수도 있고요.

코코넛과 관련한 원숭이 노역은 비교적 긴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광범위하고 객관적인 조사 결과가 쌓여있지 않아서, 섣부른 판단을 경계해야 합니다. 다만 결론만 짧게 정리하자면, 돼지꼬리원숭이가 가축이 아니라 여전히 야생동물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야생동물이 가축이 되는 과정은 수백~수천 년을 통해 ‘유전자’가 바뀌는 긴 여정입니다. 비교적 짧은 임신 기간과 사람을 잘 따르는 온순함 외에도 종적 특성과 인간의 필요, 서식 환경이 맞아떨어져야 합니다.



수많은 종을 가축으로 만들려고 했지만, 최종적으로 가축이 된 종은 극소수다. 코코넛을 따는 돼지꼬리원숭이. 페타(PETA) 제공

대형 포유류 150여종 가운데 단 14종만이 성공적으로 가축이 되었습니다. 이를테면, 코끼리는 고대시대부터 전투용으로 이용됐지만, 지금도 가축이 아닙니다. 코끼리는 숲과 초원에서 자신들끼리 살아야 편안하다는 얘기이지요. 반면, 개, 고양이, 소와 돼지는 사람과 함께 살아야 편안합니다.

소는 밭을 갈면서 노동력을 제공해주는 대신 안식처와 먹이를 얻는 방식으로 인간과 관계가 정립됐고, 그에 따라 가축이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 매시간 목줄에 묶여 이동이 제한되고 무리를 이루지 못하며 사는 노동자 돼지꼬리 원숭이는 가축이 아닙니다. 이러한 행동은 유전자에 남아있는 야생적 본성을 침해합니다. 그만큼 고통이 클 것입니다.

남종영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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