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8소초

GOP축선에 관한 정보는 군 기밀인데다 소속 사단 얘기를 하면 안된다 들어서 어중간하게 적어보겠습니다.

 

저는 강원도에 있는 한 GOP사단에서 군 복무를 했었습니다.

 

제가 이등병일때 옆동네에서 노크귀순 사건이 일어나고 타 소초에서 총기 오발사고가 나는 등 난리도 아니어서 생고생 했던 기억이 아직도 새록새록하네요.

 

 

자, 이제 제가 소초에서 겪은 신비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음 소초번호를 말할 수 는 없으니 임의로 8소초라고 부르겠습니다.

 

제가 생활했던 8소초는 타 중대와 축선이 만나는 접경지역인 동시에, 대대OP가 사이에 껴있는 곳이었습니다.

 

덕분에 후반야 근무시간이 되면 소초장 순찰과 더불어 대대 당직 사령, 대대장부터 심지어는 연대장까지 자주 등판했기 때문에 대공초소 근무를 서는 선임들은 항상 좇같다고 불평불만이 많았었습니다. 중대장님은 전/중반야에 많이 떴으니 불행중 다행이려나요.

 

더구나 소초장(소대장)이란 양반이 어떻게든 부하들의 휴가를 자르기 위해 혈안이 된 꼬장꼬장한 사람이라 하루하루가 살얼음판 걷는 것이나 다름이 없던 곳이었습니다.

군번이 반쯤 꼬여서 상병끼리 근무를 설 정도로 작전병력이 빡빡했기 때문에 휴가를 많이 들고 있는 GOP병 특성상 누가 휴가 한번 나가버리면 빵꾸가 나는 일이 잦았거든요.

 

뭐, 이런 무시무시한 상황일지라도 뺑끼칠 사람은 어떻게든 뺑끼를 치기 마련입니다.

상황병까지 동원해서 순찰나갈 간부의 위치를 파악한 뒤 축선에 나가있는 경계병끼리 무전을 통해 근무시간표를 속이고, 빈 시간 동안 어디 짱박혀서 자는건 예삿일이었거든요.

 

물론 우리 꼬장꼬장한 8소초 소초장님이 그걸 모르실 분이 아니었습니다.

이분 또한 어떻게든 부하들의 가라를 입증해서 저들의 휴가를 자르리라 혈안이 되신 분이라, 

순찰을 한번 따라나가면 정규루트보단 능선을 타는 일이 더 많았습니다.

축선을 타면 시간이 어느정도 소요되는데 반해, 능선은 그렇지 않으니 구간 스킵하는 느낌으로 빠르게 초소로 접근해 선임병들을 조지기 위함이였죠.

 

여튼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제가 8소초에 전입왔을때 8소초는 갓 지은 쌔끈한 신막사로 이사온지 얼마 안되었을때 였습니다. 

구) 8소초는 신)8소초 위에 있는 언덕을 넘어서 급수 탱크랑 분리수거장 뒤로 가면 보이는 큰 내무반 같은 1층 건물이었고요.

이사를 오긴 왔지만 아직 중요한 몇몇 시설이 다 옮겨지지 않았던 터라 구 소초의 대부분의 기능은 아직 죽지 않고 살아있는 상태였습니다.

난방은 죽긴 했지만 난로는 살아있고, 전기를 안쓰긴 하지만 전기도 살아있고 조명도 한정적으로 남아있었죠.

그리고 이놈의 구 소초가 축선으로 투입하는 경로에 위치해있고 이 구 소초 언덕 아래 앞쪽에 잡지는 않아도 서명은 하고 가는 대공 초소가 하나 있다 보니, 

선임들 중 몇몇이 구 8소초에 짱박혀서 라면을 먹거나 쪽잠을 자고 가는 일이 비일비재했습니다.

 

소초장 역시 그걸 어렴풋이 짐작하고는 있지만, 물증이 없어서 조질 수 없는 상황이었고 선임들에게 '하지말라'엄포를 줄 뿐 딱히 조취를 취하진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떻게든 한놈을 잡아 본보기 삼으리라 벼르고있을때였죠.

 

문제의 그날에도 저는 후반야 근무, 후반야 순찰병으로 투입되어 소초장님이랑 같이 순찰을 돌게 되었습니다.

안그래도 엊그제 구 소초에서 라면쓰레기를 발견한 소초장님은 이번엔 어떻게든 조지리란 굳건한 마음을 갇고 작전에 임했습니다.

어떻게 할 정도였냐면, 일부러 우축선 타고 좌축선 찍는 정규루트를 타지 않고 좌축선을 능선으로 빠르게 찍고 우축선으로 달려가는 기괴한 동선을 선택할 정도였죠.

덕분에 저는 죽을맛이었습니다. 소초장님 뒷꽁무니를 따라 야밤에 랜턴도 틀지 않고(랜턴 키면 선임병이 볼거라며 키지말라하시더군요.) 눈덮인 산길을 타는게 쉬운 일은 아니거든요.

죽을동살동 좌축선을 다 돌고 난 다음 우축선으로 가서 이젠 근무를 서지 않는 대공초소에 들어가 서명을 하려니, 소초장님도 지쳐서 그런지 좀 쉬자는 말이 나왔습니다.

 

당근빳다죠! 쉬바! 하며 방방 뛰어도 모자랄 판이지만 대답할 기력도 없고 핵핵대며 물을 마시는데, 잠깐 앉아있던 소초장님이 벌떡 일어나서 뒤를 보는게아닙니까?

 

불길한 예감이 들어 천천히 고개를 돌리니, 대공초소 뒤로 보이는 구 소초에 불빛이 반짝이고있는겁니다.

 

'Aㅏ.. 조졌구나...'

 

그렇게 소초장이 뿅뿅발광을 하며 난리를 쳐도 말을 안들어처먹든 바보등신이있긴하구나. 하고 곧 잘릴 선임의 휴가와 개판될 소초분위기에 묵념하며 달리다시피 걷는 소초장님의 뒤를 하염없이 쫓아갔죠.

언덕길을 올라가면 혹시나 들킬까, 언덕에 난 샛길- 샛길이라 해봤자 와이지가대에 밧줄 달고 발디딜 곳 만들어놓은 조잡한 슬로프-을 따라 올라가 메기솔하듯이 조심히 잠입하는데, 소초장의 뒷모습을 보니 이걸 즐기고있다는게 다 보일정도였습니다.

 

희열에 찬 얼굴이더군요 ㅡㅡ;

 

발소리도 죽이고 숨소리도 죽이고 구 소초에 다가선 소초장이 문을 벌컥! 열고 안으로 들어갔습니다만. 

허리를 숙이고 있던 소초장 과는 달리 그때 저는 허리도 필겸 하늘을 보고 있었던지라 소초 전경을 똑똑히 볼 수 있었습니다.

 

불이 꺼져있더군요.

아니나다를까 기세좋게 소초문을 걷어차고 들어간 소초장님도 뭐야 도망갔나? 하고 화를 내며 나올 뿐이었습니다.

 

이상한데, 분명히 샛길을 오를때까지만 해도 불은 켜져있었거든요.

 

샛길로 오르는게 정규루트보다 당연히 빠를게 분명하니 선임들이 우리가 오를때 낌세를 알아채고 빠졌다 해도 도망가는게 쉽지는 않았을것인데 인기척도 없이 사라진겁니다.

난로도 꺼져있었고요.

 

저야 뭘까, 싶어서 궁금해할 뿐이었죠. 그러나 독기가 오를대로 오른 소초장님은 이제 야마에 스팀이 돌아서 물불 안가릴 투사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 우측 축선도 정규루트를 안밟고 소초와 대대OP 사이를 잇는 샛길을 이용해 방금 도망간 양아치새끼들을 잡아 족치겠다 단단히 벼르고, 샛길을 달려나갔습니다.

 

참고로 이 샛길이라는것이 그냥 샛길이 아닙니다.

대대OP와 소초를 직선으로 잇는 최단루트이기 때문에 v자 계곡, 아디다스 등등 좇같은 길을 걸어야하는 정규루트에 비하면 세베 이상 빠른 루트입니다.

이것보다 빠른 루트는 구 8소초 뒤를 아예 횡단해 산길을 타서 대대 op로 바로 가는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 길은 구 8소초 뒷길로 올라온 우리가 이미 선점해서 그 길로 이동하는 사람이 있다면 당연히 보였을테고요.(발자국이 남았을테니까)

 

고로, 선임들이 발에 불나게 뛰지 않는 이상, 샛길을 달려나가는 우리를 추월할수는 없었습니다.

설사 추월을 하더라도 대공초소를 잡으려면 타 중대와 겹치는 접견지역에 사인을 하고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우측 축선 끝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와야하죠.

그런데 우리가 가는 샛길 끝이 바로 그 대공초소의 후방이라 방금 도망친 선임들이 아무리 빨라도, 설사 우리가 선점한 대대 op로 가는 직통길을 이용하더라도 잡힐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설사 잡히지 않더라도 시간을 확인하면 그만이죠, 물론 근무기록표는 조작이 가능합니다만 타 중대와 접견하는 초소의 근무기록표는 조작이 불가능하니까요.

 

상황병을 통해 전해받은 작전수행경과로 보면 이미 대공초소를 잡은지 10분이 넘었어야 하는 상황인데, 대공초소에 없다?

 

그럼 끝.

 

대공초소에 있어도 근무기록표에 적힌 시간과 상황병이 기록한 시간이 일치하지 않다?

 

그럼 끝.

 

두 기록이 일치하더라도 접경지역 초소의 근무기록표가 엉망이다?

 

그럼 끝!

 

어떻게 생각해도 배드앤딩밖에 안남은 이 상황, 소초장님은 이 기회에 상황병 휴가부터 경계벙 휴가, 분대장 휴가까지 골고루 종류별로 잘라버리겠다 말하며 눈길을 존나빠르게 뛰어갔습니다.

 

그리고 대공 초소의 뒤로 튀어나와 바로 초소로 들어갔죠. 얼마나 빨랐는지 초소를 잡고있는 경계병이 차마 암구호를 물어보기도 전에 계단을 다 올라가있었습니다.

암구호를 물어보기도 전에라는 말을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대공초소에는 선임들이 근무를 서고 있었습니다.

 

야... 참 독하더라고요.

 

어떻게 거기를 그렇게 빨리가나? 싶었습니다. 진짜 전력으로 달려도 채 반도 못왔을 거리 같은데 말입니다.

당연히 야마가 돈 소초장은 근무기록표를 확인하며 상황병을 닦달하기 시작했습니다.

 

야 얘내가 몇시 몇분에 여기 찍었다고 되어있는데 맞아? 맞습니다. 너 내가 접경지역가서 확인한 다음에 틀리면 너도 휴가 잘릴줄알아등등 살벌한 발언을 쏟아내고 나선 바람처럼 접경지역으로 이동했죠.

 

엥, 그런데 접경지역 초소에 있는 근무기록표도 대공초소에 적혀있던 근무기록표와 일치하는게 아닙니까?

타 중대는 물론 대대OP에서 순찰나온 간부의 기록까지 시간대가 딱 맞아떨어지더랍니다.

 

아니 그러면, 대체 저 소초에는 누가 들어가있던걸까요?

 

허탈해진 소초장님은 다시 대공초소로 돌아가 아까 적지 못한 근무기록표를 적으려했습니다.

 

근데 대공초소에 올라 구 8소초 쪽을 보니.

 

구 8소초에 다시 불이 켜져있는게아닙니까?

 

경계병들은 보통 정면을 보니 몰랐다 대답했지만 아까 구 8소초 앞 대공초소에서 보았던 불빛이 구 8소초 안에서 깜빡이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소초장님은 상황병을 통해 경계벙들이 있는 현 위치를 수소문 했습니다.

누구도 구 8소초에 있지 않았습니다. 왜냐면 나머지 2팀은 좌측 축선에 있었거든요.

 

 

이쯤 되니까 문제가 심각해졌습니다.

 

방금 전까진 병사 개인의 일탈이었다면, 지금부턴 옆동네 노크 귀순처럼 신원이 미확인된 사람이 구 8소초에 숨어들었을 가능성이 생긴것이거든요.

 

이번엔 대공초소에 자리잡은 경계병들과 무전을 연걸한 소초장님이 다시 구 8소초로 들어갔습니다.

근데 구 8소초 가까이 가니 또 불이 꺼져있더군요. 다시 건물안으로 들어가봐도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아니 근데 구 8소초를 관찰하고 있는 선임들이 무전으로 말하길, 지금 건물에 불이 켜져있다 하는게 아닙니까?

등골이 오싹해진나머지 저와 소초장님은 당장 신)8소초로 들어가 대대에 보고를 올렸습니다.

 

당연히 이 보고는 대대에 들어갔고 보고체계를 통해 연대, 사단까지 올라가 난리가 났습니다.

코드 A가 발령해서 대대 전 소초의 인원들이 비상근무를 서고 8소초와 옆소초 5분대기조가 뛰어들어와 당직사령 지휘 아래 구 8소초에 돌입했지만

역시나 구 8소초의 불은 꺼져있었고 인기척은 커녕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이후 몇주동안 수색대가 8소초 주변부터 전술도로 주변을 이잡듯이 뒤졌지만 나오는것 하나 없었고요.

결국 착각이거나 배선오류로 인한 점등 혹은 반사광으로 인한 착시로 결론났지만 그날 그 소초에 2번이나 들어간 저와 소초장님은 그런게 아니라는걸 확실히 알고잇었습니다.

 

대체 그 때 그 불은 무었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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