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고기가 먹고 싶었던 남자이야기


사람고기가 먹고 싶었던 남자이야기 













“허허. 자네 요즘 열심히 나오네. 장가라도 갈 모양이지?” 

인력사무소장이 실없는 농담을 했다. 소장의 말에 그는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긴…… 얼굴에 다 써 있구만. 그래. 더 늦기 전에 가야지. 어디보자…… 오늘도 어제 갔던 곳에 가면 돼.” 

그는 말없이 끄덕이고는 사무소 앞에 서서 봉고차가 오길 기다렸다. 소장의 말대로 그는 요즘 열심히 사무소에 나오고 있었다. 그동안은 하루 일하고 받은 일당을 다 쓰면 일하러 나오곤 했다. 그렇다보니 하루나 이틀 걸려 일하러 나왔다. 아직까지 엄마와 살고 있는 그에게 생활비가 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당으로 이, 삼 일 버티는 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요즘은 아니었다. 하루 벌어 하루 사는 것이다. 소장의 말대로 장가가려고 돈을 모으기 위해서일까? 아니다. 그가 후라 벌어 하루 사는 건 고기 때문이었다. 고기를 유독 좋아했던 그는 일당을 거의 고기를 사 먹는데 썼는데 최근에 들어 돼지고기에서 벗어나 여러 가지 고기 맛에 빠진 것이다. 양고기, 염소고기, 토끼고기, 말고기, 사슴고기, 꿩고기, 오리고기, 개고기 등. 

그가 이토록 고기를 좋아하는 건 뻔하지 않는가. 찢어지게 가난하여 매일 풀만 먹다시피 해서임을. 그 가난함은 그가 초등학교도 제대로 졸업하지 못하게 했다. 하지만 그건 그에게 한이 아니었다. 그러나 매일 풀만 먹은 건 그에게 있어 최대의 한이었다. 남자 평균키에도 훨씬 못 미치는 걸 그는 풀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삐쩍 말라 왜소하기까지 했다. 그래서인지 그는 어릴 적부터 무시를 많이 당했다. 여자 한 번 못 사귀어 본 건 당연한 거고. 그냥 사창가에서 직업여성 젖가슴 주무르는 걸로 만족해야했다. 단, 그가 젖가슴을 주무르는 날은 고기를 먹지 못하는 날이었다. 

어쨌든 그가 고기에 집착하는 이유가 우리가 보기에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그에게는 아니었던 것이다. 그는 마치 고기를 먹기 위해 사는 것처럼 보였다. 

붉은 하늘이 되어서야 일을 마친 그는 일당을 받아들고 사무소에 와서 수수료를 냈다. 그리곤 아침에 봉고차를 기다렸던 것처럼 사무소 앞에 서서 누군가를 기다렸다. 핸드폰 폴더를 열었다. 닫았다. 양손가락을 잡고 꿈틀거렸다. 그는 누가 봐도 불안해보였지만 소장은 매일 보는 광경인 듯 신경 쓰지 않는다. 잠시 후 봉고차 한 대가 왔다. 그리고 봉고차에서 그와 옷차림이 비슷한 사람들이 몇 명 내렸다. 그제야 그는 손가락 꿈틀거리던 걸 멈추었다. 봉고차에서 내린 사람들은 왁자지껄 떠들며 사무소로 들어갔다. 소장의 얼굴이 밝아졌지만 그처럼 밝진 않았다. 수수료를 치른 사람들이 사무소에서 나왔다. 그중 한 사람이 그 앞에 섰다. 춘재였다. 

“많이 기다렸냐?” 

“나도 금방 왔다.” 

춘재는 그의 하나뿐인 친구였다. 같은 동네에서 지금까지 지내온 친구인데 친구라고 하기엔 둘은 너무 많이 닮았다. 가정환경에서부터 성격, 외모까지 닮아 있었다. 마치 데칼코마니처럼 말이다. 무엇보다 춘재도 고기를 그에 못지않게 좋아했다. 

“오늘 네가 쏘는 거다.” 

그가 말했다. 

“알았다, 임마. 약속했잖냐.” 

춘재가 말했다. 

그가 실실거리며 좋아했다. 오늘은 철수가 고기를 쏜다고 했으니 사창가에 갈 수 있을 터였다. 



그들은 단골 고깃집으로 갔다. 주인아줌마가 그와 춘재를 반겼다. 고깃집에는 사람이 많았다. 평소에 사람이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주인아줌마는 오늘처럼 북적대더라도 그들이 앉을 수 있는 자리는 꼭 남겨놓았다. 거의 매일 오는데다 올 때마다 엄청난 고기를 먹어 치우기 때문에 주인아줌마에게는 놓칠 수 없는 단골이었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좀 더 싸게 고기를 줬다. 

그들이 앉는 테이블은 다른 테이블과 다른 게 있었는데 그건 밑반찬이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 빈 소주잔만 놓여있었다. 그들에게는 오직 고기와 술뿐이었다. 다른 건 필요 없었다. 불판 위에 빨간색 고기가 회색빛깔로 변해가고, 그걸 입에 넣고, 쩝쩝 씹어대고, 소주 한 잔이면 됐다. 그것이 그들의 고기 먹는 방식이었다. 고기와 마찬가지로 술도 굉장히 좋아했다. 

삼겹살 12인분, 소주 8병. 

춘재는 이제 빈털터리지만, 그는 아니었다. 그의 주머니에는 일당이 고스란히 들어 있었다. 그와 춘재는 고깃집을 나와 동네 입구에서 헤어졌다. 동네 입구에는 계단이 있었는데 계단수가 너무 많아 몇 개인지 셀 수 없었다. 춘재는 계단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그는 정육점 빛깔의 사창가로 향했다. 

두어시간 후 그도 빈털터리가 된 채 몇 개인지 셀 수도 없는 계단을 올랐다. 

그의 집은 굳이 설명하지 않겠다. 몇 개인지 셀 수 없는 계단에 나뭇가지처럼 뻗어 있는 집들이 늘어 서 있었다. 그는 계단 중턱에 있는 골목으로 들어 가 집으로 들어갔다. 



날이 밝자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비 내리는 날에는 일을 갈 수 없었다. 그러니까 이런 날은 고기를 먹을 수 없는 날이었다. 다시 말해 그가 하루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고 굶는 날이었다. 그의 엄마가 밥을 차려주면 밥상을 한 번 휙 보고는 대꾸도 안했다. 그럼 어쩔 수 없이 엄마는 냉동실에서 꽝 언 고기를 꺼냈다. 언 고기를 어찌어찌 녹여 어찌어찌 구워 반찬 목록에 추가하면 그제야 밥숟가락을 들었다. 하지만 먹는 듯 하더니 금세 숟가락을 놓았다. 고기접시는 비어있고 밥공기는 딱 한 숟가락 양만큼 없어져 있었다. 

“언 고기는 맛없어.” 

그가 뒤돌아 누우며 말했다. 그의 엄마는 길게 한 숨만 쉬다가 한 마디 한다. 

“언제까지 이럴거여. 내가 니 때문에 죽겄다. 에휴, 늙으면 죽어야지. 이런 꼴 안 보고." 

그는 자는 척 한다. 



여러 날이 지났다. 그는 늘 지내던 대로 지냈다. 일을 하고, 고기 먹고, 술 먹고, 가끔 여자도 먹고. 한 가지 특이사항이 있다면 그가 어떤 것에 관심을 가진 것이다. 

관심이 시작된 것은 그의 엄마가 고물상에 팔려고 모아놓은 신문지더미에서였다. 우연찮게 본 신문지 기사가 그의 시선을 끌었다. 기사는 인육에 대한 내용이었다. 대충 내용을 얘기해보자면, 

십수년전 무슨 파 연쇄살인사건이 있었는데 그건 인육을 먹기 위해 살인을 저지른 거라며 나중에 잡혀서 인육이 맛있다고 말을 하고는 사형을 당했다, 

이건데 결국 그의 이목을 끈 건 ‘맛있다’ 였다. 사람은 잡식성이라 고기가 어떤 고기보다 담백하고 맛있다고 한다는 걸 어디선가 들은 것 같기도 하다. 마침 요즘 들어 색다른 고기를 찾고 있던 그였다. 기사를 보고 그는 손뼉을 짝 치며 생각했다. 

‘왜 이 생각을 못했지?’ 

그러고 보니 그는 사람고기만 먹어 보지 못한 것 같다. 아마 그때 그의 기분은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했던 것과 비슷했을 것이다. 하지만 신대륙이 알고 보니 손바닥만 한 모래섬인 것처럼 그의 마음도 허무해졌다. 사람고기를 먹는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아쉽지만 그는 잠깐 콜럼버스가 된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러던 그가 다시 인육에 관심을 가졌는데 그건 인터넷에서 본 하나의 광고 때문이었다. 그가 인터넷을 할 줄 안다는 것에서 놀랐겠지만 간신히 인터넷 검색창에 검색만 할 줄 아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그리 놀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리고 그는 인터넷이 필요해서 한다기보다는 그냥 하는 것이었다. 일종에 우월감이랄까. 인터넷을 하면 인터넷을 못하는 춘재보다 우월하다고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저번처럼 춘재를 기다리는 날이 오게 되면 종종 사무소에 한 대 있는 컴퓨터로 인터넷을 하곤 했다. 

그 날도 그랬다. 춘재는 아직 오지 않았고 그는 인터넷에 접속했다. 아무거나 검색하고 아무 사이트에 들어갔다. 그리고 무심코 어떤 게시글을 클릭했는데 애인을 구한다는 글이었다. 그 밑에 세 개의 댓글이 있었다. 두 개는 성인사이트를 광고하는 댓글이었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내용이 이랬다. 

[인육 필요하신 분 www.xxxxx.com] 



알파벳을 ABC까지만 알고 있는 그에게 사이트 주소를 치는 건 글자 모양을 비교해서 하나씩 눌러야 했기 때문에 꽤나 오래 걸리는 일이었다. 

주소를 전부 쳐 넣은 뒤 엔터키를 누르자 빨간 화면이 떴다. 너무 빨개서 눈이 부실 정도였다. 그는 그런 빨간색 화면 앞에서 눈만 뻐끔뻐끔 껌뻑거렸다. 빨간색 화면의 정체는 고깃덩어리 사진이었다. 수십 개의 고기 사진이 화면에는 가득했다. 사진 밑에는 노란색 글씨로 신체부위 이름과 가격이 쓰여 있다. 제일 싼 건 손가락과 발가락이었고 제일 비싼 건 혀와 눈이었다. 아무래도 소나 돼지처럼 한 사람에서 나올 수 있는 고기양에 비례한 것 같았다. 

그는 어설프게 마우스를 움직여 사진을 하나씩 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사람 고기처럼 보이지 않았다. 빨간 살에 듬성듬성 하얀색 비계. 

“음,음,음,에…이, 음, 일? 무슨 말이지?” 

그가 중얼거린 건 사이트 맨 밑에 토탈을 말하는 것이었다. 맨 밑에는 토탈 말고도 직거래로만 거래가 된다는 것과 법에 등록된 회사라는 걸 알려주고 있었다. 

이건 누가 봐도 허접한 사기 사이트였다. 

하지만 그도 사이트를 만든 사람 못지않게 멍청해 사이트를 보고 군침만 삼켰다. 

이토록 단순하고 무식 할 수 있을까! 그는 일단 가지고 있는 돈에 맞는 팔을 사기로 하고 곧바로 업자에게 전화를 했다. 업자는 말을 더듬긴 했지만 친절한 사람이었고 그의 집 근처까지 와 준다고까지 했다. 그는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서 실실거렸고, 그래서 마침 사무소에 온 춘재에게 이상한 눈초리를 받았다. 

며칠이 지나고 업자와 만나기로 한 동네 공원. 그는 먼저 와서 업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업자는 약속 시간에 딱 맞춰 왔다. 업자는 조금 멍 해 보이는 것 말고는 이렇다할 특징이 전혀 없는 평범하디 평범한 얼굴이었다. 업자 손에는 검은 비닐봉자기 k들려 있었다. 거기에는 팔고기가 들어 있을 터였다. 

“도, 돈 주시면 고기 드리겠습니다.” 

“여기요.” 

“여기, 고기.” 

그가 봉지를 만져보고 안을 들여다본다. 형태는 팔이 맞았지만 뼈와 가죽밖에 없는 것처럼 얇았다. 

“되게 되게 살이 없네요.” 

“그야, 어린이니까…….” 

아, 하고 그가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는 연한 송아지를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춘재를 집으로 불렀다. 아직가지 인육에 대해 춘재에게 말하지 않은 그였다. 춘재가 오자 술을 사오지 않았음을 나무랐다. 

“무슨 술?” 

“임마, 내가 집으로 널 부르면 하나밖에 없잖어.” 

아, 하고 춘재가 감탄사를 내뱉고는 술을 사오겠다며 밖으로 나갔다. 소주 몇 병을 사온 춘재는 그의 옆으로 다가갔다. 

“뭔 고기여?” 

“맞춰봐라.” 

“돼지?” 

“아니여.” 

“그럼 소?” 

“아! 니!” 

“양?” 

“아니.” 

“염소?” 

“아니, 아니.” 

“토끼?” 

“아니야.” 

“뭐지? 뱀?” 

“아니라네.” 

“말인가?” 

“아아아, 니니니.” 

“쥐?” 

“아니.” 

“사슴?” 

“아니.” 

“고래?” 

“아녀.” 

“오리?” 

“오우, 노우.” 

“박쥐?” 

“물론 아니지.” 

“거북이?” 

“아니라니까랭.” 

“생선은 아니지?” 

“당연하지!” 

“그럼 뭐야 대체. 사람은 아닐테고.” 

춘재는 답을 맞추는 걸 포기했다. 그때 그가 공중에 손가락으로 세번 찍으며 딩. 동. 댕. 하고 말하자 춘재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거짓말!” 

“정말!” 

“정말?” 

“증말로!” 

스무고개 같은 대화가 오가면서 그는 어느새 고기를 구울 준비를 다 끝냈다. 가스버너에 불판, 물컵 두개에 소주. 완벽했다. 그가 검은 비닐에서 팔 두 개를 꺼내 불판에 올렸다. 관절이 꺽여 기역자 모양이었다. 껍질을 막 벗겨낸 것처럼 핏기가 선명했다. 팔은 정말 얋았다. 아무리 어린이라고는 하지만 이정도면 거의 매일 굶다시피 한 게 분명했다. 그래도 먹기엔 충분했다. 갈비처럼 뜯으면 될 것이었다. 양념이 없는 게 조금 아쉬웠다. 춘재는 그가 팔을 봉지에서 꺼내기 전부터 이게 사람고기라고 믿는 듯 했다. 춘재는 이런 걸 대체 어디서 구했느냐고 흥분해서 물었다. 그는 인터넷에서 샀다고 말했다. 

“대단해.” 

“정말 운이 좋았어.” 

그가 대단하다고 칭찬을 해주니까 그는 기분이 더욱 좋아졌다. 팔이 반쯤 익어 핏기가 사라지자 그가 컵에 소주를 가득 따랐다. 건배를 하고는 쭉 들이킨다. 그렇게 두 잔을 마시고 세번째로 가득 따랐을 때 팔이 노릇노릇해졌다. 냄새는 여느 고기와 비슷했다. 그는 팔 한 짝을 집었다. 뜨거울텐데도 잘 참고 한입 물어 뜯었다. 춘재도 그를 따라 팔을 집고 물어 뜯었다. 

맛은 뭐라 표현 할 수 없는 맛이었다. 그가 다시 팔을 뜯으려고 할때 철수가 말했다. 

“어쩐지, 어쩐지! 너무 팔이 얇다했더니, 이건 원숭이잖아.” 

언제인가 원숭이고기를 먹어본 춘재는 그 맛을 정확히 기억해냈던 것이다. 

“거짓말.” 그가 말했다. 

“정말!” 

“정말?” 

“증말로!” 

어찌 됐든간에 원숭이고기도 먹을만 했기에 춘재와 사이좋게 나눠먹었다. 다 먹고 나서 그는 업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받지 않았다. 잠시 후 문자 한 통이 그에게 전송되었다. 

<바보> 







원숭이고기 사건이 있은 후 그는 인육에 대한 생각이 더 간절해졌다. 매일 먹던 돼지고기가 맛없다고 느낄 정도였다. 오늘도 여느 때처럼 춘재와 단골집에서 고기를 먹고 있었다. 그런데 고기가 한참 남았는데도 그는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사람고기 맛이 너무 궁금해서 견딜 수 없어.” 

“쉿! 너무 커.” 

“어떤 방법이 없을까?” 

한층 조용해진 소리로 그가 말했다. 손님들의 시선도 뿔뿔이 흩어졌다. 

“멍청아. 진짜로 먹을 작정이냐. 그런 건 맛도 없대두.” 

“무슨 소리야. 젤루 맛있댔어.” 

“누가.” 

“막가파.” 

그리고 어디선가 들은 듯한 얘기를 춘재에게 했다. 사람고기는 잡식성이고 어쩌고저쩌고. 그의 얘기를 잠자코 듣고 있던 춘재는 이미 눈빛이 변해 있었다. 

“정말 맛있다고?” 

“그렇대두 그러네. 이따위 돼지고기랑은 비교가 안 된다고.” 

그가 지글거리고 있는 삼겹살 한 점을 집어 들었다. 

“이 맛있는 돼지고기보다?” 

“그렇다고!” 

춘재가 앞에 놓인 소주잔을 비웠다. 알콜이 춘재의 몸을 옴짝달싹 못하게 했다. 당장이라도 실행에 옮기고 싶었다. 무엇을? 춘재는 머리에 스쳐 간 것을 그에게 속닥거리며 얘기 해주었다. 



그 날 자정이 조금 넘은 시각. 그와 춘재는 삽을 들고 동네 근처 뒷산으로 올랐다. 등산로로 이용하는 산이었다. 근처에 산이 이거 하나뿐이라 많은 사람들이 아침, 저녁으로 이용했다. 정상까지 30분밖에 걸리지 않은 작은 산이었고 정상에는 운동기구 몇 개가 있었다. 정상으로 올라가다보면 오솔개가 밤나무와 소나무 사이를 뛰어 넘나드는 걸 볼 수 있었고 부엉이와 올빼미의 울음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묘지 몇 개를 볼 수 있었다. 바로 그 묘지를 그와 춘재가 노리는 것이었다. 그들이 생각하기에 무덤은 김칫독을 묻어 놓은 땅이었다. 

첫 번째 묘지는 산에 오른 지 10분정도 됐을 때 나타났다. 묘지는 등산로에서 약간 벗어나 있었다. 그들은 묘지 앞에 섰다. 앞에서 보니 묘지는 꼭 사람이 팔을 둥그렇게 뻗고 엎어져 있는 모습 같았다. 그렇게 생각하니 그는 문득 무섭다는 생각을 했다. 그가 일곱 살인가 되었을 때 그의 아버지는 농약을 먹고 무덤처럼 엎어진 채 죽었다. 아버지를 처음 발견 한 사람은 그였다. 밖에서 흙장난 하다 방에 들어왔을 때 방에는 아버지에서 분비된 뿌연 액체가 방바닥에 가득했다. 냄새 또한 지독했다. 경황을 보니 그는 틀림없다 생각하여 부엌으로 달려가 엄마에게 고자질했다. 엄마. 아빠 오줌 쌌어. 낄낄. 

그와 춘재는 가져온 삽으로 머리 부분을 파냈다. 둘 다 삽질이라면 자신 있었기 때문에 삽시간에 무덤을 파헤칠 수 있었다. 

그의 아버지 장례식 때도 그는 아버지를 놀리기에 정신이 없었다. 얼레리 꼴레리. 

20분 정도 삽질 하자 둥근 부분이 다 깎였다. 부엉이와 올빼미가 우는 것이 무덤이 우는 것처럼 들렸다. 

‘파지마. 파지마. 더 이상 파 봤자 아무것도 없어.’ 

그와 춘재는 쉬지도 않았다. 이마와 목덜미는 땀으로 붉어져 있었다. 그와 춘재는 천천히 묘지 안으로 들어갔다. 이윽고 관이 나왔다. 관을 쉽게 들어올리기 위해 관 주변을 좀 더 파내고 관을 들어올렸다. 관은 무거웠지만 그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관을 앞에 두고 그는 맘이 설 렜다. 춘재도 마찬가지였다. 저 뚜껑만 열면 고기를 먹을 수 있겠구나. 오랜 세월 간 묻혀 있었는지 관 겉에는 벌레들이 기어 다니고 있었다. 곳곳에는 벌레가 파 놓은 구멍이 있었다. 뚜껑은 생각보다 쉽게 열렸다. 관에는 분명 시체가, 그것도 살점은 몽땅 썩어 머리카락만 남아 있는 시체가 있을 것인데 그는 싱싱한 핏빛 고기를 생각하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고기를 들고 집에 가서 춘재와 구워 먹을 생각을 하니 침이 입에서 뚝뚝 떨어졌다. 하지만 관 속에는 생각과는 달리 바퀴벌레가 가득 우글거리고 있었다. 깜짝 놀란 그가 삽을 휘두르자 바퀴 수십 마리가 터져죽었다. 하지만 바퀴벌레는 수십 마리가 죽어도 티가 나지 않을 만큼 많았다. 바퀴벌레는 해골의 눈구멍을 재빠르게 드나들고 있었다. 망할 놈의 바퀴새끼들. 그는 바퀴벌레가 고기를 죄다 뜯어 먹어서 뼈 밖에 남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화가 난 그는 바퀴벌레를 향해 연신 삽을 내리쳤다. 어둠 때문에 색깔을 알 수 없는 액체가 그의 얼굴에 무더기로 튀었다. 그렇게 그가 수십 번 삽을 휘두르면서 수백 마리의 바퀴벌레가 터졌지만 바퀴벌레는 그대로였다. 마치 그 자리에 알을 까고 재생하는 것 같았다. 어쩔 수 없이 그는 바퀴벌레를 죽이는 걸 포기했다. 그 광경을 쭉 지켜보던 춘재는 다른 묘지로 가자고 보채었다. 두 번째 묘지도 벌레로 가득했다. 이번엔 지네였다. 세 번째 묘지는 몸통 없이 해골바가지만 열 개가 굴러다녔다. 네 번째 묘지는 그 반대였다. 머리뼈 없이 몸통만 두 개가 딱 달라붙어 있었다. 

그는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는 소주 한 병을 사들고 집에 돌아와 후딱 마시고는 곯아 떨어졌다. 



그가 반나절 넘게 자고 있을 때 그가 파헤친 묘지가 발견 됐다. 경찰이 사건 조사에 나섰고, 신문기자가 다녀갔다. 그리고 그가 잠에서 깰 무렵 석간신문 1면에는 <시체도굴꾼, 나타나다> 라는 제목으로 기사가 실렸다. 기사 끄트머리에는 <경찰이 주변 조사를 나섰지만 유감스럽게도 아직까지 목격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 라고 말하고 있었다. 

어쨌든 그는 이 사실을 까맣게 몰랐다. 묘지를 파헤치고 관을 꺼내 시체를 훼손하는 것이 중죄가 된다는 걸 생각도 못하고 있을뿐더러 그의 머릿속에는 사람고기로 가득해서 더한 것도 할 것처럼 보였다. 







묘지를 파헤치는 것보다 더 심한 건지 잘 모르겠지만 평범하게 지내던 어느 날 춘재는 그에게 병원에 가자고 했다. 말인 즉슨 병원에 가면 죽을 사람이 많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방금 죽은 사람의 고기가 아무래도 죽은 지 오래된 사람의 고기보다 신선하지 않겠냐는 것이 춘재의 말이었다. 따지고 보면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야말로 병원은 도살장과 정육점 그 사이였다. 춘재의 말을 찬찬히 듣던 그는 엄지손가락을 추켜올렸다. 

며칠 후 그와 춘재는 근처 대학병원으로 갔다. 하지만 병원에서는 특별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일어나도 안됐지만 일어 날 수도 없었다. 그건 그가 병원을 굉장히 무서워했기 때문이었다. 병원에 들어가자 병원 특유의 약품냄새와 분위기가 그의 발목을 덜컥 붙잡았다. 잊고 있었던 병원의 공포가 기억 속에서 살아 움직였다. 그는 자신의 얼굴을 부여잡더니 비명을 지르며 병원을 빠져나갔다. 영문도 모른 채 철수는 그의 뒤를 따라 나왔다. 

그가 어렸을 때였다. 그의 아버지가 자살하기도 전이었다. 눈깔사탕이라든지 군것질거리를 사먹지 못했던 그에게 간식거리는 엄마가 절에서 가져온 절 과자였다. 절 과자는 설탕덩어리라 굉장히 달았지만 평소에 군것질을 못했던 그는 엄마가 두 개를 가져오면 두 개를, 세 개를 가져오면 세 개를 연달아 먹었다. 어느 날인가 엄마가 열 개를 가져온 적이 있었는데 그것 때문인지 몰라도 다음 날 그는 이가 아파왔다. 이빨이 아프다며 울고불고 난리를 쳤다. 엄마는 하는 수 없이 부엌 찻장에 숨겨놓은 비상금을 꺼냈다. (비상금이라 봤자 자장면 몇 그릇 사는 정도지만) 엄마는 그를 데리고 치과를 갔다. 엄마도 처음 가보는 것이었다. 접수를 하고 차례를 기다렸다. 꽤 많은 아이들이 엄마 손을 잡고 기다리고 있었다. 이름이 불릴 때 마다 한 명씩 진찰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다음 이름이 불릴 때쯤 진찰실에서 나왔다.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엉엉 울면서 말이다. 그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한 행동이었다. 이름이 불리고, 진찰실에 들어가고, 얼굴이 질린 채 울면서 나오고, 이름이 불리고, 진찰실에 들어가고, 얼굴이 질린 채 울면서 나오고. 어린 그는 상상하지 않으려 해도 자꾸만 자꾸만 괴물이 상상 되었다. 굳이 괴물이 아니더라도 망태할아버지나 마녀, 빨간마스크 같은 것도 상상되었다. 

이윽고 그의 이름이 불렸다. 엄마는 그의 손을 잡고 진찰실로 들어갔다. 그는 들어가지 않으려고 떼를 썼지만 그는 그저 꼬마에 불과했다. 들어가니, 의사와 간호사가 있었다. 괴물이 아니라는 생각에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하지만 평생 처음 보는 사람들이었다. 낯선 그들은 그에게 매우 친절했다. 친절함에 마음이 포근해진 그는 마음을 놓았다. 그러다가 막 치료에 들어가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입을 벌리라더니 입 속에 무엇인가 마구 쑤셔 넣었고 박박 긁어내는 것 같더니 짓누르는 것 같기도 했다. 뾰족한 걸로 마구 쑤시기도 했다. 윙 하는 소리가 들리고 곧 빨아들이는 소리도 들렸다. 혓바닥에는 떫은맛이 느껴졌다. 아픈 것도 있었지만 그냥 공포 그 자체였다. 무서웠고 아팠다. 눈물이 나왔고 얼굴이 하얘졌다. 결국 그도 다른 아이들처럼 울면서 진료실을 나왔다. 그 후 그는 병원이라면 치를 떨었다. 아프면 아픈 대로 있었다. 언제인가 열병을 심하게 앓던 날이 있었는데 엄마가 아무리 병원에 가자고 해도 바득바득 우겨 그냥 앓곤 했다. 아마 열병을 앓던 날부터이었을지도 모른다. 그의 지능이 떨어지고 있던 게. 

춘재는 그를 설득하고 병원에 들어갔다. 하지만 허사였다. 기껏 병원에 들어가서 고기를 찾아 헤맸지만 구할 수 없었다. 병원에는 전부 살고자 하는 사람들만 있었기 때문이었다. 







검은 듯 하면서 회색빛깔을 띈 화면에 코흘리개 아이 한 명이 나타난다. 어린 시절의 그다. 목가지 늘어 난 하얀색 티셔츠는 때가 검게 탔고 흘러내리는 콧물을 슥 닦은 누런 흔적도 묻어있다. 그는 지금 멍하니 입을 벌린 채 어딘가를 주시하고 있다. 그의 눈길이 가리키는 곳은 동네에 작은 공터다. 그곳에서는 돼지잡기가 한창이다. 집채만 한 늙은 돼지다. 어느 농장에서 죽기 직전의 돼지를 싸게 사온 돼지일 것이다. 돼지 뒤로는 돼지를 잡으려는 어른 몇 명이 몽둥이와 도끼를 들고 있다. 제대로 걷지도 못했던 돼지는 몽둥이로 몇 대 맞더니 미친 듯이 날 뛴다. 꺼억꺼억 비명을 지르는 것 같다. 어른들은 매우 기분이 좋아 보인다. 돼지가 지쳐서 동작이 느려지자 어른들은 몽둥이로 사정없이 돼지를 팬다. 돼지는 축 늘어진다. 그때 도끼를 들고 있던 어른이 돼지의 머리를 도끼로 찍는다. 돼지는 마지막 발악을 하지만 죽는다. 여러 어른들이 죽은 돼지에 붙어서 배를 가르고 내장을 빼내고 머리를 자른다. 곧 돼지의 형체는 사라지고 조각이 된 고기조각들로 가득해졌다. 어른들은 고기를 구워먹기 위해 준비해놓은 숯과 나무에 불을 붙인다. 그리고 굽는다. 고기 굽는 냄새는 기가 막힌다. 그도 냄새를 맡았지만 그 자리에만 서 있다. 어른들만의 잔치에 어린 그는 끼어들 수가 없다. 그렇게 서 있는데 어른들 중 한 명이 그에게 손짓을 한다. 그는 손짓 하는 어른 앞에 다가간다. 그 어른은 그에게 고기 한 점을 내민다. 그가 덥석 받아먹는다. 그 한 점이 끝이다. 더 이상 주지 않는다. 



꿈에서 깨어난 그는, 고기를 처음 먹어본 그때의 기억을 다시 되새긴다. 맛있다, 라고 밖에 달리 표현 할 게 없었다. 그는 배고픔과 목마름을 느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 이른 새벽이었지만 일을 나가기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었다. 그가 막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였다. 별안간 천둥이 치는 것이었다. 소리로만 추측하자면 이건 하늘이 반으로 쪼개지고 있는 게 분명했다. 천둥인 몇 차례 더 쳤다. 그리고 천둥이 멈추었다. 고요해졌다. 그는 어느새 귀를 막고 있었다. 고요해지자 그는 천천히 귀를 막고 있던 손을 뗐다. 갈라진 하늘의 틈으로 엄청난 물이 쏟아지고 있다고 믿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그는 집 밖으로 나갔다. 하지만 생각과 전혀 반대로 이른 새벽의 하늘은 눈부시도록 파랬다. 시원한 바람까지 불었다. 마른 날의 날벼락이라니. 

그 날 저녁 정말 날벼락 같은 일이 일어났다. 춘재가 죽은 것이었다. 여느 때처럼 그가 일을 마치고 사무소에 돌아왔을 때 소장이 말했다. 

“자네 친구, 출재. 크레인으로 옮기던 철재가 무슨 일인지 갑자기 떨어진 거야. 하필이면 거기에 춘재가 작업을 하고 있었네. 그래……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 있겠나. 너무 상심하지 말고.” 

춘재의 시체는 춘재라고 할 수 없을 만큼 망가져 있었다. 춘재가 죽은 후부터 그는 멍하니 어딘가 바라보고 있을 때가 많아졌다. 멍하니, 고기를 처음 먹었을 그때처럼 멍하니. 고기가 먹고 싶어졌다. 사람고기를. 단 한 번이라도 좋으니 맛 좀 봤으면 좋겠다. 어린 시절 어른이 건네준 한 점의 고기처럼 단 한 점이라도 좋으니. 하지만 건네주는 고기를 받아먹기에는 그는 이미 너무 커버렸다. 그도 이제 어른이었다. 그렇다면 돼지를 잡기 위해 많은 어른들이 몽둥이와 도끼를 들고 휘두른 것처럼 그도 그렇게 해야 했다. 이제 그도 어른이기 때문이다. 어른이라면 모름지기 혼자서 해야 할 것임을 그는 깨달아야했다. 그래도 그걸 깨닫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는 직접 백정이 되기로 한다. 



얇게 자른 손톱 같은 초승달이 희미하게 떠 있는 밤. 그는 사람을 죽이기 위해 집을 나왔다. 단단히 마음먹었다. 부엌에서 가져온 칼을 꽉 움켜쥐고 몇 개인지 알 수 없는 계단을 천천히 내려갔다. 이번에야 말로 기필코 사람고기를 먹으리. 그는 이렇게 생각하며 칼을 더욱 꽉 움켰다. 그런데 누가 봐도 칼을 그렇게 들고 가면 이상하게 생각 할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런 건 안중에도 없었다. 계단을 내려가서 가장 먼저 만나는 사람을 죽일 생각이었다. 남자든 여자든 늙은이든 어린이든 간에 가장 먼저 만나는 사람을 칼로 찔러서 죽인 다음 배를 갈라 내장을 빼낼 것이다. 그다음은 부위별로 잘라서 집으로 가져 갈 것이다. 

계단을 다 내려온 그는 무작정 사람을 찾아 헤맸다. 그가 사는 동네는 밤이 되면 돌아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는 동네밖에 있는 버스정류장까지 갔다. 버스정류장까지 걸어오면서 한 사람도 마주치지 못했다. 이왕이면 동네에서 사람을 죽이는 게 나았다. 좁고 막힌 골목이 많은 동네가 대로변보다야 아무래도 낫지 않겠는가. 그도 그 정도는 생각 할 수 있었다. 그래서 버스정류장까지 나오면서 한 명도 보지 못했다는 건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아쉬움도 버스정류장에 오자마자 사라졌다. 마침 도착한 마을버스에서 여자 한 명이 내렸기 때문이었다. 이십대 초반으로 보이고 키가 작고 약간 말랐다. 짧은 단발에 빨간색 뿔테 안경을 쓰고 있었다. 하얀색 셔츠에 무릎 위로 약간 올라간 검정색 치마를 입고 작고 아담한 갈색핸드백을 메고 있었다. 얼굴은 하얗고 연분홍색 립스틱이 입술에 잘 발라져 있었다. 마른 몸에 비해 가슴은 컸다. 여자는 버스에서 내린 다음 그의 동네로 향했다. 동네에는 전체적인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원룸텔이 몇 개 있었는데 아마 그리로 가는 것 같았다. 여자는 동네로 들어서면서 그를 보지 못한 것 같았다. 꽤 멀리 떨어져 있었는데도 그에게까지 향수냄새가 퍼져나갔다. 살구향이었다. 그는 여자를 뒤따라갔다. 여자가 신은 검은색 구두는 똑똑 소리를 냈다. 얼마쯤 걸어가자 여자는 골목길 모퉁이를 돌았다. 그때 그는 여자를 덮쳤다. 온 몸을 던져 덮쳤기 때문에 여자와 그는 같이 넘어졌다. 딱딱한 바닥에 부딪쳐 팔과 손등이 까졌다. 여자는 갑자기 엄청난 물체가 덮쳐 넘어져 영문을 모른 채 바닥에 넘어져 신음을 냈다. 여자는 그가 놓친 칼을 보고는 소리를 지른다. 동네의 적막을 깨는 소리였다. 

“도, 돈이라면 드릴게요. 살려주세요.” 

여자는 울먹였다. 그는 떨어진 칼을 다시 줍고는 여자 앞에 섰다. 그리고 돼지를 잡던 어른들을 떠올렸다. 이렇게 죽이는 거야. 몽둥이나 도끼는 없었지만 돼지보다 훨씬 작은 여자였기 때문에 칼로 충분 할 것이다. 그가 가만히 서 있자 여자는 핸드백에서 지갑을 꺼냈다. 지갑에서 돈을 꺼냈다. 얼핏 봐도 그의 하루 일당보다 많아보였다. 하지만 그 돈으로는 사람고기를 구할 수 없었다. 

“안돼요. 그냥 죽어요.” 

그는 칼을 여자에게 쑥 내밀었다. 

“아악. 살려주세요. 제발요. 제발.” 

여자가 애원했다. 

“싫어.” 

“원하는 건 뭐든…….” 

여자가 말을 하다 멈추었다. 아마도 강간은 당하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다. 

“고기!” 

그가 소리쳤다. 그러더니 칼을 여자의 목까지 들이댔다. 여자는 겁에 질려 말도 제대로 못한 채 콧물눈물 다 흘리며 울어댔다. 살려달라고, 제발 좀 살려달라고. 그 놈의 목숨이 뭐기에 여자는 간절히 부탁하고 있었다. 살고 싶다고 몇 번을 말했는지 모른다. 그렇게 살고 싶다고, 살고 싶다고 하는데 그도 사람인지라 죽일 수가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연민보다는 용기가 없다고 말해야겠다. 백정이 되기에 앞서 그는 치과의사가 되어야했다. 생각만 해도 치가 떨렸다. 여자는 계속 살려달라고 우는데, 사람고기는 먹고 싶고, 그렇다고 죽일 용기는 없고, 고기만 아니면 안 죽여도 되는데. 그는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이 제대로 서지 않았다. 여자가 울지만 않았으면……. 살려달라고 하지만 않았으면……. 이런 고민은 하지 않았을 텐데, 하고 그는 생각한다. 그는 여자가 꺼내놓은 돈을 보았다. 돈만 안 꺼냈으면……. 



오늘은 왜 춘재와 같이 오지 않느냐는 고깃집 주인아줌마의 물음에도 그는 말없이 술만 마셨다. 불판에 고기는 검게 타 있었지만 그는 고기를 먹지 않았다. 

이제 

맛이 없었다. 



벗은 여자가 침대에 누워 다리를 벌리고 있었다. 그는 여자의 가슴부터 사타구니까지 침을 묻혀가며 애무를 했다. 여자의 음모는 무성했다. 기다랗게 자란 음모가 그의 얼굴을 간지럽혔다. 그는 더 밑으로 내려와 애무를 했다. 갈라진 음부 속에 혀를 깊게 넣었다. 여자는 쾌락의 신음소리를 냈다. 음부는 조금씩 젖어가고 있었다. 그는 혀를 빼고 머리를 파고들었다. 그리고 눈을 감고 후각에 집중했다. 비린내와 지린내가 났다. 촉각에 집중했더니 축축함과 물컹함이 뺨으로 전해졌다. 그는 음부에서 머리를 떼고 시각에 집중했다. 주름진 음부와 틈 사이로 보이는 선홍색 살점. 고기였다. 그는 이번에는 미각에 집중했다. 한 입 크게 벌려 사타쿠니를 물었다. 꽉 깨물었다. 여자는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몸을 비틀었지만 그는 개새끼처럼 물고 놔주질 않았다. 육즙이 베오나오는 것 같았다. 그는 이런 육즙 맛은 평생 처음 맛보았다. 드디어 사람고기를 먹어보는 건가! 

여자가 비명을 지르자 곧바로 검은색 양복을 입은 거구 둘이 방으로 들어왔다. 그는 그들을 아랑곳 하지 않고 물어뜯기에 바빴다. 결국 그들의 손에 이끌려 창고로 보이는 곳으로 갔다. 그들은 그를 창고에 던져놓고 구둣발로 밟았다. 

“이런 미친새끼가 다 있나. 어디서 거지같은 새끼가 와서 행패야. 뒤지고 싶어? 씨발새끼야.” 

구둣발에 그는 온 몸이 상처투성이가 되었다. 가슴을 맞고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콜록거렸다. 그의 얼굴이 온통 시퍼런 멍투성이가 되자 그들은 그를 놔주었다. 

“다시는 왔다가는 뒤질 줄 알어!” 

그는 비틀거리며 집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맞았지만 그는 미소를 짓고 웃고 있었다. 누가 봐도 그는 미쳐있었다. 



한편 시체도굴꾼 사건을 맡고 있던 경찰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가 묘지 근처에서 라이터를 찾았다. 그것이 범인의 것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었지만 일단 챙겨두기로 했다. 다 예상했다시피 그건 그의 것이었다. 경찰은 라이터에 인쇄되어 있는 ‘오복불고기’ 라는 이름과 묻은 지문으로 그를 추적했다. 

경찰이 그의 집을 찾아 들어갔을 때 경찰은 기겁을 했다. 집안에 펼쳐져 있는 광경이 너무도 놀라웠기 때문이다. 집안은 무엇인가 탄 냄새와 연기가 가득했다. 

그리고 그는 죽어 있었다. 하지만 그냥 죽어 있는 게 아니라 왼쪽 손목이 잘린 채 엄청난 양의 피를 쏟은 채 죽어 있었던 것이다. 피는 집안 전체에 낭자했다. 더욱 충격적인 건 죽은 그 옆에 놓여 있던 가스버너와 불판이었다. 불판 위에는 다섯 개의 손가락이 온전히 붙어 있는 손이 새까맣게 타 있었다. 가스가 다 되었는지 불은 꺼져 있었다. 

사건은 시체를 수습하는 걸로 마무리 되었다. 하지만 풀리지 않은 의문이 몇 개 있었다. 도대체 가는 어떻게 자신의 손목을 자를 수 있었던 것일까. 그리고 그의 엄마는 어디에 가서 갑자기 행방불명이 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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