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

매년 여름이 되면 아버지 고향에 내려가곤 했다.


시골은 섬이라, 대부분 사람들이 어업에 종사하거나 김 양식을 하며 살아가는 어촌이었다.


할아버지 댁은 산 근처라서, 자주 사촌들이랑 산에 오르거나 바다에서 놀곤 했다.




산 바로 앞에 강이 흐르고, 강과 바다가 이어지는 곳에는 게가 많아서 자주 잡으러 가곤 했다.


그날은 추석이었다.


어른들은 [추석날 헤엄치면 상어가 나오니까 절대 물에 들어가면 안된다!] 라고 바다에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




어쩔 수 없이 나는 사촌동생과 둘이서 게를 잡으러 갔다.


게를 잡으러 가는 길, 강을 건너가는데 다리 위에서 사촌동생이 아래를 내려다봤다.


[형! 저기 사람이 있어.]




다리 아래는 게가 잘 잡히는 곳이었기에, 먼저 온 사람이 있나 싶어 내려다봤지만 아무도 없었다.


[아무도 없잖아.]


[거기 말고. 강 속에. 여자가 있잖아.]




강물 속을 바라보자, 확실히 긴 머리의 여자가 옆모습을 드러낸채 서서히 강 상류로 "흘러가고" 있었다.


나는 혼란에 빠졌다.


어? 뭐지? 어떻게 거꾸로 흘러갈 수 있는거지?




그 순간, 그 여자가 몸을 휙 뒤집어서 내 쪽을 바라봤다.


시선이 마주친 순간, 나는 [히익!] 하고 소리를 지르며 그대로 뒤로 넘어졌다.


한동안은 무서워서 눈을 꽉 감고 있었다.




잠시 뒤 눈을 뜨자, 사촌동생은 가만히 강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촌동생은 무서워하는 기색 하나 없었다.


내가 바짓자락을 잡아끌자, [저기, 형. 저 사람 진짜 예쁘다. 인어일까? 아니면 강의 여신님?] 하고 한가하게 말할 뿐이었다.




하지만 내가 본 것은 끔찍한 모습일 뿐이었다.


어떤 옷이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구불구불하고 긴 머리카락에 마른 몸.


그리고 나를 째려본 무시무시한 얼굴만 생각날 뿐.




기묘하게도 사촌동생에게는 그 모습이 아름답고 신처럼 보일 정도였던 것 같다.


같은 것을 보았는지, 다른 것을 보았는지, 아니면 서로에게 다른 모습이 보였던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사촌동생은 그로부터 2년 뒤, 바다에서 사고로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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