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형

2차 대전 당시 나치에선 인간을 대상으로 여러가지 실험을 했다. 그 대상은 대게가 유대인이나 집시 같이 말살대상으로 여겨졌던 이민족들이였고 그 방식은 잔인하고 공포스러운 것이였다. 개중 전해지는 것에는 이런게 있다. 일단 한 대상을 체포한다. 그 당시 나치에게 잡혀간 사실 만으로도, 자신이 죄가 있던 없던 민족에겐 죽음의 공포를 느끼기에 충분한 것이였을 터였다. 이렇게 잡혀간 사람은 취조를 당한다. 나치는 이런저런 죄목을 가져다 붙이며 강압적인 취조와 고문을 통해 대상에게 자신이 곧 처형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지게 유도한다. 이런식으로 하루하루 다가오는 죽음의 공포속에 놓인 실험대상에게 마지막으로 가해지는 충격은 타인에 대한 실제 처형장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것은 때로는 실제로 눈앞에서 다른 사람을 처형하는 것이기도 했고, 때로는 필름에 담긴 처형장면 또는 소리나 처형 후의 흔적과 같은 간접적인 정보의 반복적인 노출을 통한 것일때도 있었으나 항상 내용은 같았다 바로 참형, 죄인의 목을 베어 순식간에 목숨을 앗아가는 형별으로 실질적으로 통증이란 측면만을 따진다면 그리 잔인한 방식은 아니지만 목을 벤다는 공포와 순간적으로 목이 베어지면 얼굴만이 얼마간 생존한다는 (때문에 자신의 죽은 몸뚱이를 볼수 있다는) 속설등을 통해 형을 받는 당사자에겐 가장 공포스런 
형벌중 하나로 알려진 것이다. 

그렇게 참형에 대한 인지를 충분히 가지게 된 실험대상은 어느날 불식간에 처형장으로 끌려간다 눈은 가려진 채이지만 쉴새없이 처형될 것임을 암시하는 주변의 얘기들과 몸으로 느껴지는 처형대의 감촉, 피비린내.. 그리고 실지 처형때의 순서와 똑같이 행해지는 절차등을 통해 대상은 자신이 곧 참형을 당할 것이라는 것을 강하게 믿게 되고 바로 그 순간 실험의 마지막 단계가 실행된다. 처형대에 올려진 실험대상에게 너는 곧 죽게 될것이라는 말과 함께 그 목에 차가운 물 한방울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평소라면 단지 약간의 차가움과 그에 따른 반사적인 놀람을 보이는 것으로 끝날터일 일이지만 시각정보를 차단당한 채 심각하고 절실하게 자신이 참형될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던 대상은 그 하나의 물방울이 자신의 목숨을 앗아가기 위한 나치의 칼날이라고 생각하고 반응을 보이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반응이란 것은 매우 다양하다. 몇몇은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지르며 잠시동안 자신이 죽었다고 믿으며 날뛰기도 하고 때때로 그자리에서 미쳐버려 영영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또 간큰 몇몇은 물방울이 떨어지고 나서도 약간의 반사적인 반응만을 보일뿐 담담하게 상황을 받아들였다가 자신의 생존에 안도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흥미로운 케이스는 바로 물방울이 목에 떨어지는 순간 자신의 죽음을 확고하게 믿어버리는 경우였다. 그런 경우 대게는 심장마비나 호흡곤란 등을 일으키며 그자리에서 목숨을 잃어버리고 말았다고 한다. 실질적으로 죽음을 유발할 어떤 물리적 현상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실험 대상들은 죽음에 대한 자신의 강한 신념만으로 자신의 신체를 스스로 죽음으로 몰고 가버렸던 것이다. 

참으로 공포스럽고 한편으로는 신기하기도 한 이 이야기가 실제로 2차대전 당시 전쟁의 광기 속에서 벌어졌던 일인지, 아니면 후세에 전해지면서 와전된 것인지, 것도 아니면 어떤 재담가에 의해서 순수하게 창조된 것인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 하지만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던 아니던 간에 나에겐 중요하지 않았다. 이 이야기를 처음 접했던 당시 나에게 중요한 것은 그것이 매우 그럴듯하고 심리적으로 충분히 있을법한 이야기였다는 것과 그리고 나에게 때마침 죽이도록 증오스런 대상이 있었다는 것이였다. 

내가 그를 처음 만났던 것은 끝날것 같지 않던 고교시절을 졸업하고 대학에 갓 입학한 새내기 시절이였다. 흔히들 하는 말로 아무것도 모르는 새파란 풋내기였던 나에게 그가 다가온 것은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꽤 괜찮은 외모를 가진 여자였다는 것과 부모를 잘 만난 덕에 보통 대학생들이 지니고 다니기엔 부담스러울 명품 액세서리들을 종종 들고 다녔었기 때문이였다. 어찌되었든 당시에 나는 순진했고 그는 매너좋은 미남 선배였다. 그런 상황에서 남자가 적극적 으로 대쉬해오게 되면 결과는 뻔한 것이였다. 우리는 곧 캠퍼스내에서 유명한 커플이 되었고 시도때도 없이 붙어 다니며 주위의 질투어린 시선을 받는것을 즐기곤 하였다. 

'김 치 현' 그것이 그의 이름이였다. 나보다 4학번 위였고 군대를 제대하고 갓 복학한 터였다. 하지만 얼마전까지 군인이였단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그는 연애에 있어서 능숙했고 또한 교활 했다. 5개월간 사귀면서도 나는 그가 나 이외에 두명의 여자를 더 만나고 있었다는 사실에 대해서 전혀 눈치채지 못했고 수없이 했던 데이트 와중에 실질적인 비용을 부담하고 있었던 것은 초기의 얼마간을 제외하곤 전부 나였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너무나도 늦게 눈치를 챘다. 결정적으로 그의 실체에 대해 파악하게 된것은 어느날 당황한 모습으로 내가 그앞에 나타나 내 뱃속의 생명에 대해 불안해 하며 털어놨을 때였다. 

그는 여전히 매너있고 담담했지만 그러한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하나같이 잔인하고 저주 스러운 것들이였다. 그제서야 나는 나의 어리석음에 대해 후회했고 아무생각 없이 지나쳤던 친구들과 여선배들의 진심어린 충고들을 되새길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일은 벌어진 후였고 결국 나는 부모님 몰래 김치현과 병원을 찾아가선 내 돈으로 이제 갓 2개월이 지난 뱃속의 생명에게 인간으로서 못할짓을 하고 말았다. 

그뒤로도 나는 김치현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만약 내가 제3자가 되어 그런 나의 모습을 봤다면 한심해 하고 욕을 해댔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막상 그 상황에서 내가 할수 있는건 그의 인간성과 우리의 허울좋은 사랑에 대한 일말의 기대였다. 그러나 그러한 기대는 너무나도 빨리 그리고 너무나도 참담하게 깨졌고 그렇게 내가 사랑이라고 믿어왔던 김치현과 나의 사이는 끝을 맺고 말았다. 

그뒤 그에대한 나의 감정이 사랑에서 미움으로 미움에서 증오로 그리고 마지막엔 살의로 변해 갈것이란건 불을 보듯 뻔한 얘기였다. 그리고 대게의 이런 이야기의 결말은 증오에 휩싸였던 여자가 결국은 현실을 지각하고 사람좋은 남자를 만나 과거를 숨기고 다시 껍데기 뿐인 행복을 찾으려 애쓰거나 아니면 평생을 남자에 대한 혐오를 품은 채 독신으로 살아가기로 결심하는 식으로 맺어지기 마련이였던 것과는 달리, 나의 경우에는 바로 그때 위에서 언급했던 나치의 실험에 대한 괴담을 접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것은 처음엔 차오르는 증오를 해결하기 위한 혼자만의 상상에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곧 그 빈약했던 상상은 차차 살을 붙여나가고 서서히 구체적인 것으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러한 계획이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것으로 변해 감에 따라 나는 나에게 그 계획을 실행에 옮길수 있는 대범함과 재력이 있다는 사실 역시 깨닫게 되었다. 

가장 힘든 부분은 그를 납치하는 것이였다. 내가 남자였다면 모를 일이지만 평생 운동이라고는 나이트에서 춤추는 것 이외엔 생각지도 못한채 자라온 여자로서 김치현 같은 허우대를 힘으로 제압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였다. 얼마간의 고민끝에 나는 실행을 위해 필요한 두가지를 생각해냈고 또다시 얼마간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 그 두가지를 손에 넣었다. 하나는 빠르고 강하게 효력을 나타내는 수면제였고 다른 하나는 70kg의 물체를 나와 함께 나를 수 있을 정도의 힘을 가졌고 동시에 내 명령에 절대로 복종해줄 남자였다. 수면제는 의외로 쉬웠다. 서울의 밤거리 뒷골목에선 조금의 돈만 쥐어주면 수면제뿐 아니라 순식간에 눈앞에 환각을 보여주는 약물들도 손쉽게 구할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남자의 경우는 쉽지 않았다. 도대체 이런 미친 계획에 동참하고 이후로도 입을 다물어 줄 정도로 신뢰할수 있는 사람이 누구일지 판단할수 있는 기준이란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을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내가 치현과 헤어진 사실을 전해듣고 예전부터 나를 짝사랑 해왔다며 나에게 다가온 그를 보는 순간 나는 바로 이 남자다!라고 속으로 쾌재를 부를 수 밖에 없었다. 어눌한 말투와 순진하기 짝이 없는 사고방식 그리고 나에대한 절대적인 애정... 그것이 이 계획에 필요한 남자로서 '이 경두'가 가진 완벽한 조건이였다. 나는 치현과의 사이에 있었던 일을 약간의 픽션을 섞어 그에게 고백했고 동시에 경두에 대한 나의 관심을 은근히 드러냈다. 그는 잠시 고민하는 듯 했으나 곧 내 계획에 동참하기로 결심했고 그에대한 대가로 자신과 만나줄 것을 다짐했다. 

내가 다시 접근했을때 치현은 약간의 경계심을 가졌다. 하긴 그가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그런 식으로 헤어졌던 여자가 다시 저자세로 다가오는데에야 쉽게 허락할리는 없었다. 하지만 곧 그는 나의 그런 행동이 자신의 넘쳐나는 매력에서 기인했다고 믿어버렸고 곧이어 내가 건네주는 술잔을 덥썩덥썩 받아 마시기 시작했다. 한잔 한잔 그의 몸속으로 술잔이 들어감에 따라 서서히 내 몸에는 쾌감이 전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기쁨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면서 뒷자리에 앉아있는 이경두와 싸인을 맞추는 것은 솔직히 그리 쉬운 일은 아니였다. 얼마 안가 술기운과 약기운의 동시적인 작용에 무너져버린 치현은 술집 소파에 가로누워 잠이 들어버렸고 나와 이경두는 마치 처음부터 동행이였던 양 둘이서 치현을 들쳐업고 밖으로 나왔다. 문이 두개뿐인 일제 스포츠카의 뒷좌석에 180cm나 되는 치현의 늘어진 몸을 우겨 넣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힘든일이였고 분명 실행에 있어서 가장 힘든 부분이였다. 하지만 경두는 내가 생각했던것 보다 훨씬 힘이 좋았고 결국 우리 셋은 스포츠카에 몸을 싫은 채 비밀리에 빌려두었던 도심 외곽의 텅빈 건물 지하에 도착할 수 있었다. 

치현이 약기운에서 깨어난 것은 하루하고도 반나절이 더 지나서였다. 솔직히 나는 계획을 실행 하기도 전에 과다복용으로 그가 골로 가는건 아닌가 불안해지기까지 하였다. 그러나 다행히도 그는 힘겹게 눈을 떴고 말라 비틀어진 입을 다시며 물을 찾았다. 내가 컵을 입에 가져가 물을 마시게 해줄때 까지도 그는 상황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멀쩡한 두손을 놔두고 누군가 가져다 주는 컵의 물을 입으로 받아 마시는 자신의 모습이 이상하다는 의심마저 가지고 있지 않은 듯 보였다. 하지만 그도 오래 가진 않았다. 채 30분이 지나지 않아 그는 자신의 몸이 철제 의자에 단단히 묶여져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자신의 눈앞에 낯선 남자와 내가 팔짱을 낀채 서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제서야 자신이 처한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는 갑자기 흥분하여 고함을 쳐대기 시작했다. 평소의 그였다면 차마 입에 담지도 않았을 험한 욕들이 쏟아져 나왔고 얼굴 또한 무서울 정도로 일그러졌다. 그런 그의 모습을 아무말 않고 지켜보면서 나는 진정 이런 인간에게 내가 반해있었단 말인가 라며 내심 또다시 후회할 수 밖에 없었다. 

그의 죄는 너무나 명백한 것이였지만 극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선 시각적인 증거들이 필요했다. 나는 그와의 교제기간중에 써댔던 나의 카드 영수증을 하나하나 되짚어 가면서 우리의 화려한 지난날을 상기시켰다. 그가 나에게 했던 말들, 선물들, 그리고 몸동작 하나하나를 다시 되새기며 나는 그로 하여금 내가 우리의 사랑을 진실한 것으로 굳게 믿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하였다. 그 뒤에는 우리의 아이에 대한 나의 죄책감과 그의 행동들에 대한 분노 그리고 죽은 아이가 가졌을지도 모를 공포와 고통을 상기시켰다. 수많은 비디오 자료들을 그의 눈앞에서 틀어댔고 때로는 조용하게 때로는 격렬하게 그의 앞에서 나는 실연과 낙태로 미쳐버린 여자의 모습을 연기했다. 그렇게 하루 이틀이 지나가면서 그의 태도는 슬슬 변하기 시작했다. 처음의 납치 사실에 대한 분노와 어이없음은 점점 앞을 알수없는 상황에 대한 공포와 불안으로 변해갔고 나의 이상한 행동과 그런 내 옆에서 말없이 지켜만 보고 있는 경두의 모습은 그런 그의 불안을 하루하루 증폭시켜 나갔다. 

그렇게 4일째가 되던 날 나는 드디어 계획의 마지막 단계로 넘어갔다. 나에게 더이상 김치현이란 남자에 대한 애정은 남아있지 않다는 사실을 반복적으로 주지시켰고 또한 잃어버린 아이에 대한 나의 죄책감과 공포 그리고 분노를 더욱 부각시켰다. 솔직히 그 부분만은 연기가 아니였다. 내가 이런 일을 벌일 수 있게 한 원동력은 바로 죽은 생명에 대한 나의 죄책감이였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곧이어 나는 준비해온 소도구들을 늘여놓기 시작했다. 

목공소에 특별히 주문하여 제작한 테이블이 먼저 놓여졌다. 접어서 이동할수 있게 만들어진 목제 테이블은 매우 단단한 소재로 만들어져 있었고 사람 한명이 그위에 간신히 누울수 있는 넓이였다. 그 한쪽 끝에는 목을 놓을수 있게끔 받침이 만들어져 있었고 또 다른 하나의 부품으로 그 받침에 목을 완전히 고정시킬수 있는 구조였다. 그위에 나는 두번째 도구를 올려놓았다. 몇일전 개시장에서 사온 어린아이 크기만한 잡종개였다. 마취제로 인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간헐적으로 바둥대는 개는 경두의 손에 들린채 목제 테이블 위에 놓여졌다. 경두는 목받침에 개의 목을 올려놓고 고정 시킨뒤에 밖으로 나가 마지막 준비물을 가져왔다. 

길이 1m정도의 일본도... 그것은 한때 나의 아버지가 취미삼아 수집하던 컬렉션 중에 하나였다. 실제로 일본의 장인에 의해 만들어진 칼의 날은 날카롭게 벼려져 있어서 조금 무거운 종이는 그 위로 떨어뜨리는 것만으로 베어 버릴수 있을 정도였다. 게다가 경두는 학생시절 1년정도 검도를 배운적이 있었다. 나는 그 사실을 알고 난 후 여러모로 쓸모있는 이 남자를 만나게 해준 하늘에 감사를 하고 싶을 정도였다. 하여간 경두는 어디선가 한잔 마시고 온듯 빨갛게 상기된 얼굴로 일본도를 빼어든채 치현의 앞에 섰다. 그리고는 치현이 보는 앞에서 천천히 테이블 위에 놓인 개의 목부분의 털을 전동 바리캉으로 밀어내기 시작했다. 이쯤 되자 치현은 완전히 공포에 사로 잡혀서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우리들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와 경두는 그런 그의 말에 아랑곳 하지 않고 천천히 계획대로 절차를 진행시켜 나갔다. 

얼마 가지 않아 개의 목에 있던 털들은 깔끔하게 처리가 되었고 살색의 개가죽이 드러난채로 개의 숨소리에 따라 천천히 움직이는 모습을 볼수 있었다. 경두는 천천히 그런 개 앞에서 양손으로 부여잡은 일본도를 치켜 들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그의 기합... 

개의 목이 떨어지는 것은 정말 한순간 이였다. 날카로운 칼날과 경두의 기술이 합쳐지면서 개의 목은 너무나도 깔끔하게 몸에서 떨어져 나왔고 약간의 시차를 두고 절단면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솔직히 나는 약에 취한 개의 심장이 뿜어내는 피의 압력이 그렇게 셀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그래서인지 개의 목이 떨어지고 그 피가 나와 치현이 있는 곳까지 튀어서 옷과 얼굴에 튀었을때 잠시나마 놀라서 뒤로 물러날수 밖에 없었다. 내가 그럴지인데 의자에 묶인채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던 치현은 완전히 패닉 상태에 빠친채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다. 예상치 못한 피바다에 잠시 놀라있던 나는 그런 치현의 모습을 보자 곧 이상할 정도로 안정이 되었고 다음 절차를 위한 신호를 보내기 위해 경두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경두는 내 신호를 보고는 곧 표정없이 바지 뒤춤에서 꺼낸 수건으로 칼날을 닦아내기 시작했다. 그 모습까지 볼수 있게 한뒤 나는 비명을 지르며 고개를 흔들어 대는 치현의 눈에 힘겹게 눈 가리개를 씌어주었다. 그 사이 경두는 연신 작은 숫돌로 칼날을 갈아대며 그 소리를 치현이 들을수 있게 하였다. 

치현의 눈이 완전히 가려졌음을 확인한 나는 그에게 개에게 사용했던것과 같은 진정제를 주사했다. 얼마 안있어 그의 바둥거림은 잠잠해졌다. 아마 심한 무력감과 몽롱함으로 그는 몸을 가누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의 정신만은 또렷할 터였다. 아니 오히려 몸을 움직이지 못하고 앞을 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외의 감각들은 더욱더 민감해 져 있으리라. 우리는 축 늘어진 치현의 몸을 부축해서 개의 몸뚱이가 치워진 테이블 위로 옮겼다. 

자신의 목이 테이블의 목받침에 닿자 치현은 약에 취한 상태에서도 경미하게 몸부림을 쳤다. 목을 고정 시킨후 우리는 치현의 몸 역시 밧줄을 사용해 테이블에다 다시 단단히 고정시켰다. 그리고는 약기운이 풀려 치현의 몸이 다시 움직일때까지 기다렸다. 극히 미량을 주사하였기 때문에 곧 치현은 말을 할수 있게 되었고 이제는 숫제 울먹이는 소리로 살려달라며 비명을 질러댔다. 나는 그런 치현에게로 다가가 그의 귓가에 속삭이듯이 용서를 구하기엔 너무 늦었음을 알려줬다. 그리고 경두는 의도적으로 칼을 바닥에 끌어 소리를 내면서 치현이 묶여 있는 테이블 쪽으로 다가왔다. 그역시 계획이 순조롭게 막바지에 다다름에 따라 이 상황을 서서히 즐기고 있음을 알수 있었다. 

처음부터 이 계획의 결과에 대한 나의 생각은 확고했다. 아무리 극한의 공포 상황이라도 단지 물방을 만으로 그리고 상황에 따른 공포 만으로 사람을 죽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였다 물론 대상이 애초부터 겁이 많고 심장에 이상이 있었던 사람이라면 가능한 일이였다. 하지만 치현처럼 건강한 젊은 남자가 단지 공포에 겨워 심장이 멎는 다는 것은 왠만한 상황에선 불가능한 것이 라는게 나의 생각이였고 경두 역시 나와 같은 생각이였다. 그렇다면 이 복수를 최대한 완벽하게 하는 것은 마지막 절차까지의 과정을 치밀하게 꾸미고 극적으로 이끄는 것이란게 나의 판단 이였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런 판단하에 실행된 나의 계획은 스스로 생각해도 완벽한 것이였다. 그리고 이제 이 복수의 계획에 마지막 정점을 찍을때가 다가온 것이다. 

경두는 이미 바닥에 살며시 칼을 내려놓은 채 빈손만을 든채로 치현의 옆에 다가와 섰다. 그리고 의도적으로 숨을 거칠게 내쉬며 자신의 존재를 치현이 인식하게 만들었다. 나 역시 차갑게 식힌 물이 들어있는 컵과 스포일러를 든채로 반대편 옆에 서서 끊임없이 저주의 말을 퍼부으며 내가 치현을 죽이고야 말것이란 사실을 굳게 믿도록 하였다. 이미 치현은 상상 이상의 공포로 인해 울다가 화내다가를 반복하며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고함을 질러대고 있었다. 

"흐아압!!" 

경두의 기합과 함께 높이 들려졌던 그의 팔이 아래로 내려오며 바람 가르는 소리를 냈다. 그와 동시에 나는 스포일러에 담긴 차가운 물을 치현의 목덜미에 떨어뜨렸다. 

"으아아------!!!" 

비명을 지른 것은 치현이 아니라 경두였다. 나역시 눈앞에 벌어진 광경에 말문이 막힌채 손에 들고 있던 컵과 스포일러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내가 들었던 나치의 실험에 대한 괴담이 사실 이였는지 아닌지는 지금도 알수 없다. 하지만 내 눈앞에 펼쳐진 상황은 죽음의 공포에 대한 인간의 믿음이 인간을 실제로 죽일수도 있다는 사실에 대한 나의 강한부정을 일신에 날려버리는 것임에 분명했다. 


물방울이 떨어지는 순간 치현의 목은 그의 몸에서 떨어져 나온채 바닥을 구르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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