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환

고등학생 때 일이다.
친구가 토요일에 집에서 놀자고 했다.

"부모님도 마침 안 계시니, 술이나 마실까?"

딱히 약속은 없었지만, 토요일에 남자 둘이 논다니 유쾌한 기분은 아니었기에 거절했다.
하지만 친구 녀석은 거듭 집으로 오라고 한다.

"다른 사람도 있잖아, 왜 나야?"
"네가 제일 친하잖아."

친하긴 했지만, 집에서 놀 정도로 친한 사이는 아니었다.

"혹시 집에 혼자 있는 게 무서워?"

라고 농담을 던졌는데,
갑자기 친구 녀석의 얼굴이 굳어진다.
아무런 말이 없다가 진지한 얼굴로 한 마디 던진다.

"혹시 유령을 믿어?"
"엥?"

이상한 질문이었지만,
본 적은 없지만 없을 것 같진 않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친구는 울 것 같은 표정으로 그럼 주말에 꼭 와달라고 이야기한다.

"집에 무슨 일 있어?"
"음, 매일 밤, 12시쯤에 누군가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가 들려."

별 시답지 않은 이야기 이었지만 왠지 호기심이 생겼다.
그래, 갈게. 라고 말하자, 친구는 고마워, 고마워. 거듭 고마워했다.

다음 날, 토요일이 되어 친구네 아파트에 갔다.
게임을 하며 놀고 있는데, 12시가 다가오자 이상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일주일 전부터 매일 집 앞 계단을 올라와서는 숫자를 세는 소리가 들려. 그런데 나한테만 들리고, 부모님한텐 안 들리는거야."
"그럼 오늘은?"

"오늘 계단을 다 올라왔을 거야. 분명히 오늘 집, 현관문 앞으로 올 거야."
"잘못 들은 거 아냐?"

"아냐, 분명 누군가 집 앞에 있어. 그리고 오늘 올 거 같아. 그게 무서워……."

갑자기 친구의 말이 끊겼다.

"들린다! 들리지?"

하지만 나한테는 아무 것도 들리지 않는다.

"아니 안 들려."
"왜?! 지금 들리잖아. 지금 또 계단 하나 올라왔잖아!"

"진정해! 아무 것도 안 들려. 기분 탓이야!"
"왜 안 들리는데? 왜?! 왜?!"

친구를 진정시키려고 했지만
녀석은 내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멈췄다! 지금 문 앞에 있어!"
"지금 열어볼까?"

친구는 심하게 거절했다.

"안 돼! 열지 마, 분명 앞에 있을 거야!"

그러다 갑자기 조용해졌다.
이윽고 친구는 체념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 안 돼. 계속 여길 보고 있는 거 같아. 도망칠 수 없어."
"무슨 소리하는 거야" 아무 일도 없잖아. 괜찮아."

친구의 한 마디가 갑자기 온 몸에 소름을 돋게 했다.
"두드리고 있어! 문을 두드리고 있어! 문을 두드리고 있다고!"

하지만 내게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으아아아아아악!" 라고 외치며 친구는 문을 향해 달려갔다.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움직일 수 없었다.

친구는 비명을 지르며 밖으로 나갔다.
당황해서 쫓아갔지만 친구는 난간에서 몸을 던졌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기억이 남아 있는 건 이후 경찰 조사였다.
어떤 일이었는지, 어떤 상황이었는지, 모든 걸 이야기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경찰의 태도는 담담했다.
이상한 건 또 있었다.
경찰이 중얼거린 한 마디.

"또 일어났네."

또? 뭐지? 이런 일이 또?

"또 이런 일이 있나요?"
"이런 건 이야기하지 않는 게 좋겠지만……."

내가 관계자라서 이야기해주는 것이라고 한다.
친구 같은 자살이 처음이 아니라고 한다.
친구가 살던 방에서 여러 번 일어나고 있었는데,
원인을 알 수 없다는 거다.

결국 친구는 노이로제로 의한 돌발적인 자살이 되었다.
슬프지만 더 놀랍고, 뭔지 모르는 채 끝났다.
녀석은 뭘 보고 있었던 걸까.

경찰 조사가 끝난 줄 알았는데, 집에 오니 전화가 온다.
죽은 친구의 어머니였다.

"늦은 밤 전화해서 미안하구나."
"아, 아뇨, 저야말로……."

"저기,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고, 우리 아들 분명히 죽었지?"
"네?"

설마 아들을 잃은 충격으로 이상해져버린 걸까.
분명 장례식까지 마쳤는데.
하지만 이어지는 어머니의 한 마디에 나는 얼어붙을 수 밖에 없었다.

"지금 아들이 현관문을 두드리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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