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김종인의 선택을 나쁘게 보지 않는 이유

사실 심정적으로는 김종인의 선택을 나쁘게 보고 있습니다.
필리버스터 중단할 때부터 이질감이 들기 시작했고,
정청래 컷오프, 이해찬 무소속 출마..
그래도 돌이켜 보면 이 선택이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 대선, 박근혜 vs 문재인의 대결은 서로 다른 두 세력이
표를 최대한 결집시켰던 결과였고, 여기서 박근혜가 승리했습니다.
총선은 대선보다 야당의 성적이 더 좋지 않죠.
여기에 국민의당이라는 악재까지 생겼습니다.

필리버스터로 더민주 지지자가 결집됐지만 그만큼 새누리 지지자도 결집했죠.
이 상황에서 지지자를 최대한 결집시키는 것만으로는 승리를 보장할 수 없는 게 분명한 사실이고
그래서 다른 방향을 선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지지자들이 아끼지만 반대 쪽에서 싫어하는 사람도 많은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죠.
(물론 그 싫어하는 이유가 비이성적이고 바보같은 수 있지만,
슬프게도 세상이 언제나 합리적으로 돌아가는 건 아니니까요)

이기고 있는 쪽이라면 이런 모험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지는 쪽이 이기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는,
때로는 모험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죠.

저는 지금의 선택이 문재인이나 박영선의 선택이 아닌,
김종인의 생각이 강하다고 봅니다.
박영선이 아무리 바보라고 해도 더민주 지지자의 성향은 알고 있을 것이고
이런 식의 선택을 하고 나서
결과가 안 좋을 때 그 후폭풍이 자신을 향할지는 알고 있겠죠.
더민주에 오래 있고, 그 패러다임 안에 있는 사람은 차라리 당을 깨고 나가면 나갔지
공천에서 이런 선택을 할 수 없다고 봅니다.
김종인의 선택이 결과적으로 맞건 틀리건, 김종인이 자신의 생각대로 가고 있는 건 맞는 것 같습니다.

이 선택을 통해 총선에서 승리하게 된다면 지금의 판단이
-요소보다 +요소가 많았던 것으로 판명되는 것이고,
30대로서 조금 허탈할 것 같기도 합니다. 인터넷과 젊은 층이 그저 시끄럽기만 하고
현실에서 큰 힘이 없다는 걸 증명하는 꼴이니까요.
뭐 그런 결과가 나온다면 좁은 소견을 탓하며 더 적극적으로 분발해야겠죠.

총선에서 진다면? 현재 이런 상황에서 총선에서 패하게 되면
가장 많은 비난을 받게 될 것은 김종인-이종걸-박영선, 안철수-김한길-천정배 등이겠죠.
(문재인에 대해서는 조금 엇갈릴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지금 김종인은 패하더라도 문재인을 보호할 수 있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봅니다)
총선에서 소위 누군가가 말하는 '친노'가 주축이 됐는데 패배한다면
문재인은 일선에서 물러난 상태라 하더라도 많은 책임을 질 수밖에 없겠죠.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패한다면 이번 공천에서 억울하게 희생된 분들의 가치가 높아질 수 있고,
지금이야 총선 전이니 부글부글해도 참고 있지만 
이종걸-박영선 등에 대한 젊은 당원들의 성토는 극에 달할 수밖에 없습니다.
김종인을 선택한 것이니 문재인이니까 문재인 책임론이 분명 나올 수도 있지만
공천 결과로 문재인 측근이 많이 빠진 상황이니 책임 묻기 조금 애매할 수밖에 없습니다.
패하더라도 더민주 내부에 '정말 해가 되는 인물'들이 제거될 수 있는 상황은 마련됐고,
이번에 필리버스터와 여러 움직임으로 우리가 더민주에서 누가 진짜 인물인지, 누가 사쿠라인지
판단할 수 있었다는 것은 분명 큰 소득입니다.

물론, "컷오프가 됐는데 대안이 없다" 이런 디테일 부족은 많이 어이없는 일입니다.
그래도 전체적인 흐름에서 보면 이 선택을 나쁘게 보지 않습니다.
이기면 이기니까 좋고, 지면 추악한 모습을 보였던 인물들을 모두 몰아내고 새판을 짤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저 우리가 생각하는대로 적극적으로 행동하면 됩니다. 김종인에 강력하게 항의해도 좋고,
더민주를 끝까지 믿어보는 것도 좋고, 더민주가 싫으니 정의당을 찍어도 좋고,
지역구는 더민주 비례는 정의당.. 뭐 어떤 선택이든 좋습니다.
김종인의 이 판단은 20~30대 표의 가치와 인터넷의 힘을 낮게 본 것이기 때문에
어떤 방향으로든 그것이 틀렸다는 걸 좀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투표 참여 안하면 그건 곧 김종인의 말이 맞다는 것이니까요. 어떻게는 투표는 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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